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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1년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없다] 특화 영역 없이 '따라하기'에만 혈안

<중>먹거리 빈약 무늬만 초대형IB

당국 무관심속 첫발 뗐지만

IB업무 영역 확대로 경쟁 치열

양매도 ETN 등 흥행하면 미투

중소형사도 영역 침범에 불만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벌써 1년이나 됐네요. 저희는 그나마 발행어음이라도 팔고 있는데 다른 데는 인가도 못 받아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만난 한 초대형 IB의 고위임원은 지난 1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금융 당국이 당초 계획했던 초대형 IB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며 못 들은 척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의 무관심에 첫발만 떼고 제대로 걸음마도 못 하는 상황이지만 금융투자 업계의 IB 업무는 갈수록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거래수수료 수익이 절대적이었던 증권사 수익구조는 이제 IB 부문을 빼고는 논할 수 없게 됐다. 증권사의 IB 업무는 기업공개(IPO) 주관, 유상증자, 회사채 인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주선, 부동산금융 업무,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운용, 인수합병(M&A) 업무 등으로 광범위하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유일하게 8조원이 넘는 자기자본 규모를 바탕으로 박현주 회장이 글로벌투자전략책임자(GISO)를 맡아 해외 대형 IB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ING생명 인수금융 리파이낸싱(1조2,500억원), 삼성중공업 유상증자(1조5,000억원) 등을 주선했고 홍콩 더센터 빌딩, 미국 가스복합발전소, 호주 석탄터미널 등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미국달러화 표시 채권 3억달러어치를 발행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1호의 장점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8,000억원 이상 판매한 발행어음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2조7,000억원을 넘겼다. 이를 토대로 IB 업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화 표시 발행어음 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는 가운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축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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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IB 부문에 강점을 드러낸 NH투자증권(005940)도 IB 분야를 이끌던 정영채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1조5,000억원이었던 연내 목표치를 2조원으로 늘려 잡았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삼성물산 서초사옥, 여의도 MBC 부지 사업 등 부동산 분야에서도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KB증권은 전병조 대표가 IB와 글로벌 업무를 전담하게끔 조직을 정비했다. 지난해 홍콩 법인에 이어 올해는 베트남 법인에 350억원을 증자하며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내년 IPO 대어로 꼽히는 호반건설과 SK매직의 상장 주관사를 따내며 미래 먹거리도 늘려가고 있다. 배당사고 위기를 넘긴 삼성증권(016360)은 구원투수로 나선 장석훈 대표 직무대행 주도로 부동산투자 등 IB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초대형 IB 5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특화된 영역 없이 어느 한 곳에서 잘된다 싶으면 따라 하는 ‘미투(me too)’ 전략으로 나눠 먹기 경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 한투증권에서 화제를 모은 ‘양매도 ETN’이 대표적이다. 단숨에 1조원을 끌어모은 한투증권의 양매도 ETN과 동일한 상품을 7일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 3사가 출시한다. KB증권도 오는 12월 판매에 나선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가 출범했는데 당장 먹을거리가 없다 보니 중소형 증권사의 특화영역인 중소·벤처기업 성장 지원과 크라우드펀딩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초대형 IB가 제대로 뛰어놀 수 있게 만들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증권사 간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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