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원유 금수조치 발동을 전후해 국제유가가 연일 약세를 이어가면서 국제원유시장이 하락장(bear market)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1.41%(0.89달러) 하락한 배럴당 62.21달러에 거래를 마쳐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 약세는 7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애널리스트는 “WTI는 배럴당 62달러가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유가가 이보다 더 떨어지면 58달러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마감가는 지난달 초 배럴당 76달러를 찍은 전고점에 비해 19%나 하락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WTI 가격이 배럴당 61.12달러 밑으로 떨어져 전고점 대비 낙폭이 20%를 넘어서면 유가가 하락장에 진입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길게 이어져온 1년여간의 황소장의 끝을 의미한다고 WSJ는 덧붙였다.
런던선물거래소(ICE)의 1월물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1.42%(1.04달러) 내린 72.13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8월1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유가 하락은 미국의 이란 제재 발동을 앞두고 수입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였던 국가들 가운데 제재 면제 조치를 받은 8개국이 이란 원유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전날 0시(미 동부시각)부터 대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하면서 석유 거래를 차단했지만 한국·중국·인도·터키·이탈리아·그리스·일본·대만 등 8개국에 대해 한시 제재 면제 조치를 부여했다. WSJ는 “올해 초만 해도 대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감소 우려로 유가가 올랐지만 8개국에 대한 한시 면제 조치가 취해지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두려움이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공급과잉 우려 역시 유가 하락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미 원유 재고가 지난달까지 6주 연속 증가하고 원유 생산량도 계속 늘고 있어 시장 내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은 미국의 오는 2019년 원유 생산량이 일 평균 1,206만배럴로 당초 전망치보다 2.6%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WSJ는 “세계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시장의 열기가 식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한시적 제재 면제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되면 유가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