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경제성장률은 -6.7%까지 추락했고 일부 대기업과 은행들이 연이어 무너졌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당시 필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을 통해 자금난을 겪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일선에서 지원하며 외환위기로 인해 일반 서민이 겪어야만 했던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IMF 외환위기 극복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가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서 밝혔듯 ‘나라가 풍랑 속 조각배 같은’ 시기였다.
우리나라의 서민금융도 위기로부터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부도와 실직 등으로 서민층의 경제력이 약화했고 카드 대란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 이에 채무조정으로 다중채무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2002년에 출범했다. 2003년에 비영리 사단법인인 신용회복위원회로 재출범해 과중한 채무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상환능력에 맞는 채무감면·상환유예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정책 서민금융의 시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다. 연이은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양극화가 심화됐고 저신용·저소득 서민을 중심으로 부실률이 높아지자 정부는 미소금융·바꿔드림론·햇살론·새희망홀씨 등을 출시했다. 올해 8월 말까지 정책 서민금융을 통해 약 371만명의 서민에게 총 38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서민금융은 위기 때마다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해온 ‘구원투수’였던 셈이다.
과거의 서민금융이 위기가 발생한 후 자금을 지원하는 사후적 조치에 그쳤다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서민금융의 목적은 ‘포용성’을 강화하자는 데 있다. ‘금융포용’의 정의를 세계은행 산하 ‘빈곤층을위한금융자문그룹(CGAP)’에서는 경제주체를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게 함으로써 제도권 금융시스템 내에 포함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소득이 적고 신용등급이 낮은 등의 이유로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취약계층을 제도권 금융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안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6년 9월 서민금융 총괄기관으로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상품뿐 아니라 자영업컨설팅·취업연계·금융교육 등 서민·취약계층에게 꼭 필요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정부의 포용적 금융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올 7월에는 사회보장정보원의 ‘행복e음’을 통해 서민금융·복지 양방향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서민금융의 지원범위를 복지 서비스 대상자까지 넓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라고 말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고소득·고신용자 위주의 금융에서 벗어나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취약계층도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재무적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금융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얻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금융이 나서 도와야 한다. 서민·취약계층을 보듬는 포용적 금융을 위해 서민금융부터 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