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기술 있어도 임상시험 힘든 '유전자치료제' 활로 뚫릴까

■文 "신약·신소재 규제 풀것"

의료 관련 공공 빅데이터 활용

도로포장용 폴리머 상용화 기대

차기 노벨과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기술인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중국에서는 항암 등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업이 지난 수년 새 수백 건 추진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태 한 건도 제대로 순항하는 프로젝트가 없다. 생명윤리법 등의 장벽에 막혀 임상시험조차 쉽지 않은 탓이다. 기술과 자본·비전이 있어도 법과 행정·관행의 제도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종 신약개발 업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신약과 신소재 등에 대한 규제혁파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업계의 신사업·신제품 개발에도 활로가 뚫릴지 주목된다. 특히 우리보다 한 발 먼저 규제를 개혁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의 토종기업들이 역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 혁신을 위한 심사승인 절차 개혁에 착수했고 약물관리법 및 약물등록 규정 개정에 나서는 등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상개발 기간과 신약개발 기간을 줄이고 모든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가 하면 혁신약물에 대해서는 심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하며 신약 등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생명윤리법·약사법을 비롯해 보건 및 의료분야의 각종 법제와 행정규제로 인해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개발 기간이 지연되거나 원천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돼도 판매허가 등이 어려워 상품화에 곤란을 겪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풀기 위해 지난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바이오약품의 판매와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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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연구를 위한 자료의 선진적 활용조차 규제에 막혀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방대한 국내외의 방대한 의료 데이터와 관련 논문 등을 집대성하고 자체 시험결과와 비교하는 등 복잡한 업무가 병행돼야 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효율화해야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규제(개인정보 비식별화 이슈)와 상충하는 문제로 관련 정책적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건의료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민간기업은 해당 빅데이터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소재 분야에서도 각종 인허가를 비롯한 행정규제 앞에 개발이 더뎌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식품·의료·의복 등 실생활과 관련된 분야에서 심사와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행정적 시간이 오래 걸려 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적기에 상용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관련 업계는 하소연하고 있다. 건설소재 분야에서는 도로포장 자재와 관련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등만 사용할 수 있는데 폴리머와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신소재도 허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신약과 신소재 분야를 저해하는 각종 제도 장벽들을 한데 모아 조율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세워줄 것을 산업계는 바라고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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