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화장실 혁명을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중국은 배척받아오던 아시아 화장실에 대한 위생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진전을 이뤘다.” (글로벌타임스)
세계 인구의 37%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에서 27억 인구의 생활을 뒤바꿔놓을 가장 획기적인 ‘대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 위생과 보건은 물론 국가 이미지와 경제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화장실 혁명’이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오물과 악취, 원시적인 시설로 악명높던 공중화장실을 경제력 2위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탈바꿈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들판이나 해변에서 용변을 보던 인도 역시 열악한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먼저 화장실 혁명의 포문을 연 것은 인도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2014년 취임 후 맞은 첫 독립기념일에 오는 2019년 10월까지 1억1,000만가구에 화장실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클린 인디아(Clean India)’ 캠페인을 선언했다. 모디 총리가 화장실 혁명 완료 시점으로 제시한 2019년은 인도의 독립 영웅 마하트마 간디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다. 간디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인 ‘인도를 떠나라(Quit India)’ 운동과 함께 추구한 클린 인디아 운동을 역사적인 해에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모디 정부는 전국에 8,000만개의 화장실을 지었다. 사업 진척도는 89%에 달한다.
모디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화장실 혁명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이유는 심각한 위생 문제가 인도 사회의 온갖 사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에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 인구는 9억명에 달하는데 이 중 인도인이 5억2,300만명으로 60%를 차지한다. 여성과 아이들은 성범죄나 납치 등 강력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디 총리가 화장실 혁명을 선언한 2014년 당시 인도 북부의 한 농촌에서는 10대 소녀 2명이 밤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외 배설에 따른 전염병으로 5세 이하 어린이 12만명이 사망할 정도로 각종 질병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은행은 인도의 위생시설 미비와 전염병 감염이 국내총생산(GDP)의 6.4% 또는 1,660억달러를 갉아 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는 화장실 혁명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통해 연간 건축자재 매출이 81%, 욕실·위생용품 매출은 연간 48%씩 늘어났다. 화장실 관련 시장은 2021년까지 현재의 2배인 6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대기업인 타타그룹과 영국의 종합생활용품 업체 레킷벤키셔 등이 직접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물과 악취, 칸막이 없는 화장실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중국의 공중화장실도 빠르게 환골탈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2015년 4월 ‘공중화장실 개선 3개년 계획’을 수립한 이래 200억위안(3조5,000억원)을 투입해 총 6만8,000개의 공중화장실을 짓거나 리모델링했으며 향후 2년 내 6만4,000개의 화장실을 추가로 신설·개선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과거 산시성 농촌으로 하방돼 7년을 지내면서 직접 주도적으로 남녀 별도로 이용하는 위생적인 화장실을 만들었을 만큼 중국 농촌의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화장실 문화 개선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 개선에 대한 시 주석의 의지는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에서도 다시 한번 강조됐다. 그는 “인민들의 품위 있는 생활을 만족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주요 과제”라고 천명하면서 “청결한 화장실 건설은 작은 일이 아니며 도시와 농촌의 문명 건설을 위한 중요한 측면으로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016년 기준 국내외 관광객이 44억명에 달할 정도의 관광대국이자 미국과 힘겨루기에 나설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위생 후진국’의 굴레에 갇혀 있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화장실 위생 문제는 특정 국가의 과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박애주의 자선단체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운영하는 빌 게이츠는 화장실 개선에 거액을 지원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그는 이달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재단이 개최한 화장실개선사업 박람회에서 배설물이 담긴 비커를 들고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이츠는 “이 안에는 200조마리의 로타바이러스와 20억마리의 이질균, 10만마리의 기생충 알이 들어 있다”며 “배설물의 위생적인 처리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은 연간 50만명에 가까운 유아 사망을 막고 설사와 콜레라, 기타 수인성 질환과 관련된 2,330억달러의 돈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세프 미국 뉴욕지부의 가이 허튼 수질위생담당 고문은 “적절하게 취급되는 인간의 폐기물은 건강상의 이익 때문에 매우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며 “전 세계 23억명이 여전히 기본적인 위생 기준에 미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잠재적으로 매우 큰 시장과 경제적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