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토요워치] 건강기능식품에 빠진 대한민국...셀프 메디케이션시대 '보양식' 위에 '건기식'?

비타민서 오메가3·홍삼 등까지

제품수만 1만5,000여개 달해

매일 수십가지 먹는 소비자 늘고

"건강 관심" 2030으로 수요 확대

"정량 지키고 필요한것만 섭취를"




직장인 박지연(32)씨는 매일 집을 나서기 전 한 움큼씩 알약을 입에 털어넣고 출근한다. 알약의 종류는 멀티비타민과 비타민C·루테인·마그네슘·철분 등 5가지다. 모두 건강기능식품으로 홈쇼핑과 인터넷 온라인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구매한 제품들이다. 출근 후에도 박씨의 건강기능식품 사랑은 계속된다. 공복에 먹어야 효과가 좋다고 해서 점심 직전에는 홍삼을 한 숟가락 떠먹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식후에 좋다는 오메가3와 유산균을 섭취한다. 퇴근 후에는 체지방 감소 효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가르니시아캄보지아 추출물까지 챙긴다. 주위 사람들은 박씨를 ‘유별난 사람’으로 보지만 박씨는 건강기능식품을 줄일 생각이 없다. 박씨는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거르는 날이면 유달리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건강기능식품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조2,374억원으로, 이전 5년간 연 평균 11.2%에 달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는 2%대 저성장 경로로 추락했지만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여전히 활황이다.


그간 건강기능식품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건강기능식품의 종류도 홍삼과 비타민·프로폴리스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20대와 30대가 건강기능식품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등장으로 건강기능식품의 종류도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체지방 감소 효과를 선전하는 건강기능식품과 탈모 예방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 과연 이러한 기능이 가능할까 생각이 드는 제품들까지 출시되고 있다. 나아가 식품으로 피부 개선 효과를 낸다고 선전하는 ‘이너뷰티’ 건강기능식품까지 등장했다. 건강기능식품의 종류가 빠르게 늘며 지난해 조사된 국내 건강기능식품 제품 수는 1만5,000여개에 이른다. 다양화된 건강기능식품은 매력적인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이는 다시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을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이 느는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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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열풍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건강기능식품 전문지인 뉴호프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1,212억달러로 전년 대비 5.7% 커졌으며 오는 2020년에는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덕분에 전통 건강기능식품인 홍삼 등도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수출액이 급증해 어엿한 효자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670억원 규모였던 국내 건강기능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1,077억원으로 늘었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 달리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식품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기능식품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증받은 원료를 일정량 이상 함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무리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하더라도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을 통한 건강기능식품 구매와 과장광고로 무분별하게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정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다한 건기식 복용은 질병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건기식 섭취 시에는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KDRI)’을 따르는 게 좋다”며 “여러 종류의 건기식을 함께 먹을 경우 상호 결합 과정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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