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백브리핑]'품질 강국' 명성 사라진 日...철강·건설 검사비리 잇따라

‘품질강국’ 일본에서 기업들의 품질검사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철강·자동차 업체에 이어 최근에는 건설 분야 대형 유압기 제조업체인 가야바공업(KYB)이 지진설비 검사부정을 공개했다. 일본 기업들의 잇따른 품질검사 비리는 장비 노후화와 인력부족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KYB는 지난 2005년부터 올해 9월까지 댐퍼의 데이터를 조작해왔다. 기준에 못 미치는 댐퍼는 교육시설 등 전국 39곳의 건물에 이용됐다. 댐퍼는 건물 지하나 내부에 설치돼 지진 충격을 완화하고 건물의 변형을 막는 장치다. 또 자동차 업체인 스바루도 최근 완성차의 브레이크 성능 검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일본 내에서 판매된 차량 10만대를 리콜했다. 대상 차종은 임프레자를 포함해 총 9종이다.


■데이터 조작 만연하다는데

설비 노후화에 인력 부족 겹쳐

상부에 어려움 알리지 않고

자체 해결하려는 구조도 문제


이러한 검사조작은 기본적으로 노후화된 설비 때문이다. 10만대 리콜로 발전한 스바루의 군마제작소 검사시설은 1960년대에 세워진 것이다. 다른 검사비리를 저지른 닛산 도치기공장의 배기가스 시험실 공조기도 1977년에 설치됐다. 수익성을 위주로 해외에 신규 투자를 계속하는 반면 국내 공장은 말 그대로 방치된 셈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대기업 설비연령은 1990년 대비 1.6배로 증가했다. 사람뿐 아니라 설비도 노령화된 것이다.

관련기사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KYB의 검사원은 겨우 8명으로 한번에 1명만 공장에 투입됐다. 댐퍼 분석에는 5시간이나 걸리는데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장직원들은 ‘알아서 기는’ 방식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상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 즉 조작해왔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개인의 능력으로 치부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장의 어려움에 눈을 감는 경영진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