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중국 제조 2025’를 언급하며 우리 경제를 되살릴 획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제조기업 육성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4년간 끊임없이 우리 경제가 구조적 하향세에 있다며 ‘규제만이라도 풀어달라’고 호소해왔다.
지난 9월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이 된 성윤모 장관은 “기업애로에 대해서는 끝장을 본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박 회장은 12일 서울상의회관에서 열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의 양적 성장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큰 물꼬를 되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에 기반한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 걸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기대한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나 중국의 제조 2025 같은 산업발전 전략을 만들고 협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언급한 ‘중국 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제조업 강국’ 도약을 위해 기업에 천문학적 지원을 이어가는 전략이다. 반도체 관련 투자에만 150조원을 지원하고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투자부담은 90%가량 낮춰주고 있다. 기업을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인상·협력이익공유제 등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쌓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4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는 완화될 조짐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9월 기준)로 1998년(66.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8%)보다 0.3포인트 낮춘 2.5%로 전망했다.
박 회장은 우선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규제개혁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기업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규제개혁을 바라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생명과 안전 같은 필수 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들이 폐지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도 각종 건의 사항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상의회장단은 수출이 반도체에 쏠려 있다며 중소기업 수출 확대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주력 제조업종 회생 방안을 비롯해 △신산업 관련 규제개혁 △근로시간제의 유연성 확대 △최저임금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 등이 참석했다.
성 장관은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기대해달라”면서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활력 회복과 혁신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창의와 속도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 주도의 성장전략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정부와 경제계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신희철·강광우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