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의 연말 임원 인사 발령 시즌을 앞두고 올해도 CEO를 포함한 임원진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들 계열사들의 대표이사 122명의 평균 연령은 58.1세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그룹별로 보면 LG그룹이 60.9세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롯데 59.3세, 삼성 57.4세, SK 55.8세 순이었다. 또한 가장 나이가 많은 CEO는 42년간의 기업 활동을 마무리하고 최근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66세)이었으며,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65세)이 그 뒤를 이었다. 박 부회장과 차 부회장은 CEO 재임 기간도 각각 7년과 14년에 달해 ‘장수 CEO’로 꼽히기도 했다. 반면, 가장 젊은 CEO는 롯데 계열의 김경엽 현대정보기술 대표(48세)였으며, SK 계열 나노엔텍의 정찬일 대표(49세)가 그다음이었다.
5대 그룹 계열사 CEO 중에서 60대가 무려 37.7%에 해당하는 46명으로 집계되면서, 이들 중 일부는 올 연말 인사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 일부 그룹의 총수가 교체된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이니만큼, 성과 위주의 인사를 통해 경영 안정성에 중점을 둘 것이란 분석도 나타났다. 특히 작년 말 인사에서 60대 임원의 대다수가 떠난 삼성의 경우, 현재 60대 CEO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김용식 세메스 대표, 전동수 삼성메디슨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 등 5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김태한 대표가 7년 이상 재임했으나 남준우·김기남 대표는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교체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SK그룹도 박만훈 SK케미칼 대표, 변영삼 SK실트론 대표,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 등이 60대지만, 지난 2016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 CEO들이 교체됐고, 특히 박성욱 부회장의 경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올해는 인사 수요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64세인 조원장 현대다이모스 대표,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를 포함해 60대 대표이사가 10명에 달한다. 또한 주력인 현대·기아차가 올해 처참한 수준의 실적을 올린 데다 정의선 부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랐기 때문에, 그룹 경영체제의 ‘새 판’을 짠다는 취지에서 파격적인 인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17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송치호 LG상사 대표, 김영섭 LG CNS 대표,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강귀덕 로보스타 대표 등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60대로, 주요 6개 계열사의 CEO를 모두 ‘60대 원로’가 차지하고 있지만, 정기 임원 인사 이전에 박진수 LG화학 대표가 물러나면서 ‘40대 총수’ 구광모 회장이 어떤 판단을 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박진수 대표를 위시한 세대교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구 회장이 정착할 때까지는 노련한 전문경영인들의 보좌가 필요해 인사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도 이재혁 롯데제과 대표,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를 비롯해 60대 CEO가 총 15명이지만,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최근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세대교체보다는 조직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다만 경영쇄신 차원의 대규모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