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신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부친 나란히 검찰로…수사 2달반만

경찰 "학교 시험 출제부터 채점까지 보안지침 마련 필요"

시험 정답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택 압수수색 결과 집에서 발견된 암기장 메모. 2018년 1학기 기말고사 문제 전체 정답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사진제공=서울 수서경찰서시험 정답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택 압수수색 결과 집에서 발견된 암기장 메모. 2018년 1학기 기말고사 문제 전체 정답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사진제공=서울 수서경찰서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 이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들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 전임 교무부장과 쌍둥이 자녀가 함께 검찰로 송치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6월께부터 올 7월까지 총 5회의 정기고사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현모(53)씨와 쌍둥이 자녀 2인 등 총 3인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현씨를 교무부장 직위에서 배제하지 않아 시험지 및 정답 유출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전 교장, 교감, 고사총괄 교사 3인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쌍둥이 자녀의 성적 급상승 의혹이 제기되자 특별감사 후 지난 8월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수사에 착수, 9월5일 학교 교무실 및 현씨 주거지 등 3개 장소를 압수수색 했고, 디지털포렌식 분석, 국과수 감정, 피의자에 대한 수차례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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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쌍둥이 휴대폰에 영어 서술형 정답이 저장된 사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기재된 메모, 일부 과목 시험지에 객관식 및 서술형 정답이 기재되어 있는 점, 주거지에서 압수한 빈 시험지 등 정답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 증거들이 다수 확보됐다.

그럼에도 현씨와 쌍둥이 등 피의자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현씨는 자녀들과 관련된 정황자료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일관했고, 쌍둥이 자매는 “시험 후 채점을 위해 정답을 메모한 것”이라고 진술하는 등 열심히 노력하여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취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현씨가 지난 1학기 중간·기말시험지 금고 보관일에 근무대장에 기재를 하지 않은 채 초과근무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평소 초과근무일보다 일찍 퇴근해서 대장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서울시교육청 수사의뢰 이후 주거지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서도 노후된 컴퓨터 교체를 하였을 뿐이라며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는 현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졌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행의 특성, 피의자와 공범과의 관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및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학교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 채점 등 전 과정에 대한 보안지침을 명확히 마련하고, 시험지 보관 장소 CCTV 설치·금고 개폐이력 저장 등 시설 보안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재학생과 시험 출제와 관련된 교원의 특수관계를 사전에 정확히 확인하여 해당 교원을 배제하는 통일된 규정 명문화 등, 이번 수사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교육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시험 정답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의 물리 과목 정기고사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전체 정답이 메모되어 있다./사진제공=서울 수서경찰서시험 정답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의 물리 과목 정기고사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전체 정답이 메모되어 있다./사진제공=서울 수서경찰서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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