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통서 소매통으로
30년 기업금융 전문가 수협銀 초대 수장에
젊은 고객 겨냥한 예적금 상품 영업 강화
쑥쑥적금 가입하려 연차내고 3시간 기다려
고객 20만 조기달성…당기순익도 37% 쑥
“‘Sh쑥쑥크는아이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연차를 내고 인천에서 택시를 타 서울까지 오는 손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에는 2~3시간을 기다려야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직원들이 도전적인 마인드로 제시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상품을 출시한 덕택입니다.”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은 요즘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영업점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9월 출시한 sh쑥쑥크는아이적금과 sh쑥쑥키우는부모적금이 연 최고 금리 5.5%, 4.0%라는 높은 혜택으로 입소문을 타며 젊은 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쑥쑥적금은 지난달 말 기준 8만1,400여좌가 팔리며 ‘잇자유적금(16만5,700좌 판매)’에 이어 수협은행의 새로운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올해 목표치로 잡았던 고객 20만명을 조기 달성했으며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1,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했다. 이 행장은 “내년에는 고객 수가 30만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고객 확대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기반이 튼튼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취임 1년 만에 ‘기업통’에서 ‘소매통’으로 변신했다. 지난 1983년 한국상업은행(현 우리은행)으로 입행한 ‘뱅커맨’ 이 행장은 우리은행에서 기업금융단 상무, 여신지원본부 부행장 등을 지낸 기업금융 전문가로 지난해 10월 독립 출범한 수협은행의 초대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런 그가 취임 후 소매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둔 것은 전체 여신 가운데 기업여신의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한쪽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원래 전공인 기업금융을 오래 하다 보니 오히려 기업여신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을 55대45로 균형 있게 맞추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협력업체의 여신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수협은행의 경우 자동차 산업 여신 규모가 작은 편”이라면서도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자동차 산업이 고꾸라지면서 협력업체들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수협은행의 소매금융 전략은 젊은 고객을 위주로 예·적금 등을 유치하는 한편 자영업자를 중점적으로 겨냥해 대출을 내주는 것이다. 예금·대출·외환·카드 등 전략상품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함으로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행장의 생각이다. 특히 보증서 담보 대출 마케팅을 강화해 우량 자영업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더 나아가 지점 통폐합에 나서는 시중은행과 달리 지점을 넓히는 차별화 전략도 이어나가고 있다. 수협은행은 이를 위해 신도시를 거점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허브앤드스포크(Hub&Spoke)’ 전략에 따라 내년에 지점 10곳 내외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소매금융뿐만 아니라 기업금융까지 종합 마케팅이 가능한 지역으로 진출해 자산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관고객과 전속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특정기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위치에 지점을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해 비대면 영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달 선보이는 앱 ‘미니뱅크’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핵심 뱅킹 서비스와 금융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간편 비밀번호는 물론 패턴·지문 등 다양한 인증수단을 활용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으며 소액 간편대출상품이나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수협은행은 이를 통해 젊은 고객이 대폭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잇자유적금은 2030세대의 가입 비율이 86%에 달한다. 이 행장은 “미니뱅크뿐만 아니라 인터파크·토스 등 다른 플랫폼과도 협업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행장의 소매금융 전략이 먹혀든 것은 손해를 감수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기존의 넓은 고객 풀(Pool)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반면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수협은행의 경우 더 좋은 혜택의 상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고객 유입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행장은 “처음에 잇자유적금이나 쑥쑥적금 등을 준비할 당시 금리가 높아 일부 부서에서는 손해를 우려해 반대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수협은행의 브랜드를 알리자는 목적 하에 적극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펀드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까지 가입하는 고객 비중도 상당해 실제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진취적인 영업전략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다.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대출금리를 낮추는 한편 예금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이는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달비용 절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향후에도 고객 저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 저비용성 예금을 늘릴 수 있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서 “내년도 은행 실적 전망이 밝지 않아 걱정도 많이 하고 있지만 직원들과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연구원은 전체 국내 은행의 내년도 당기순이익이 9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적자금 해결사로
1.1조 공적자금 2028년까지 상환 마쳐야
중앙회와 머리맞대 5~6년 안에는 다 갚고
해외개발·어민지원 등 본연의 역할 할것
동남아 진출은 리스크 낮은 소액대출부터
이 행장은 아울러 수협중앙회와 발맞춰 공적자금 상환 문제를 최대한 시급히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협은 2001년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상환을 시작했다. 오는 2028년까지 상환을 완료해야 하는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으로부터 매년 배당을 받아 갚아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수협은행은 자본적정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내부유보금을 제외하고는 당기순익 전액이 공적자금 상환 자금으로 빠지고 있다. 이 행장은 “앞으로 5~6년 안에 상환을 마친다는 것이 중앙회의 구상”이라며 “갚아야 할 공적자금이 4,000억~5,000억원가량 남는 시점이 되면 중앙회에서 수산금융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상환을 마무리하게 되면 해외자원 개발, 바닷모래 채취, 어민교육, 바닷가 환경 개선 등 수협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는 수협중앙회와의 협업을 통해 동남아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는 여전히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협은행의 선진 수산금융 노하우를 전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행장은 “수협은행은 글로벌 사업이 처음인 만큼 리스크가 낮은 소액대출법인 설립을 목표로 두고 있다”면서 “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에 이미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의 성공 모델을 분석해 후발주자로서의 단점을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업인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산하에 신설된 수산보증팀에 파견하는 인력을 현재 20명에서 2022년까지 모두 5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팀은 보증심사, 업무지도, 사업자 맞춤형 홍보 등 어업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리=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대담=황정원 차장 garden@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0년 강원도 평창 △1983년 한국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입행 △2014년 우리은행 기업금융단 상무 △2014년 우리은행 여신지원본부 부행장 △2017년 우리피앤에스 대표이사 △2017년 10월~ Sh수협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