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16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와 18일까지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되는 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고 정부의 역점 사업인 신남방정책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목표를 안고 이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싱가포르로 향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북미대화가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해 달라는 당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한 남·북·러 3각 에너지·철도 협력에 대한 공동연구를 심화시키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추진 중이다. 역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대화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게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중 양국간 이슈로 사드 보복 완전 해제, 미세먼지 공동 대응 강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대신 회의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접견도 조율 중에 있다. 당초 접견일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는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만남이 성사되면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설명하고 북미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미 백악관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그를 설득한다면 북미대화 촉진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의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는 신남방정책의 가속화다. 아세안 정상들과 만나 한-아세안 관계 수립 30주년인 내년 중 한국에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여는 것을 제의할 예정이다. 또 이를 계기로 메콩강 유역 국가인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태국 정상들과 만나는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 의사도 밝히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까지 아세안 회원국 모두 를 순방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아세안과 인도를 포함한 이른바 남방국가에 공을 들이는 것은 중국에 집중된 우리 교역구조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또 아세안에는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용이하다. 우리 국민이 많이 찾는 나라도 아세안으로 심리적인 거리도 가깝다. 무엇보다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이 풍부해 우리 기업에게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력에 따라 올해 10월까지 한·아세안 교역액이 지난해 동기대비 7.6% 증가했으며, 이번 순방을 통해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지리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