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숙련공 노동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터널끝이 안보인다

■ 속옷업계 '눈물의 감원'

쌍방울·BYC 등 속옷업체

자발적·비자발적 퇴사로

1년새 인력 33% 줄어든 곳도

업황 둔화에 실적 줄어들고

높은 인건비 피해 해외 외주

고령자 일자리까지 사라져




“속옷 판매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합니다. 일반 의류는 자동화가 가능하기라도 하죠. 단순해보이지만 브래지어 하나를 만드는 데도 숙련공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판매가를 일반 의류처럼 높일 수 없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중이 나오는 겁니다.(국내 대형 속옷업체 임원)”

속옷업계가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 증가’ 폭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 아울러 인건비 증가로 속옷 브랜드 하청업체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된 가운데 쌍방울 등 속옷 브랜드 업계 전반에 퇴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속옷 판매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일반 의류(10~20%)보다 훨씬 높다. 특히 브래지어의 경우 세부 구조가 복잡해 숙련자의 노동이 필요하다. 가격에서도 소비자들의 저항이 일반 의류보다 강하다.

판매 가격을 일정 가격 이상으로 높게 부를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가운데 인건비가 증가하니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있다. 4개 업체 가운데 좋은사람들을 제외한 3개 업체 모두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감소했다. 쌍방울은 지난해보다 적자 폭이 커져 15억 5,323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저렴한 해외 SPA 브랜드가 범람하면서 전통 속옷 업체들이 사실상 영업이익을 수성할 타이밍을 잃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속옷 시장이 가두점 위주가 아닌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여전히 가두점 유통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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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확대되는 시장에서도 전통 속옷 업체들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졌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속옷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원대에서 2016년 약 2조5,000억원으로 커졌다.

반면 온라인 유통 비중을 높이고 해외 브랜드(원더 브라)를 들여오는 등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구한 ‘엠코르셋’은 매년 성장해 지난해 기준 점유율 4위에 올라서는 등 시장 재편이 빠르게 이뤄졌다.

업체들은 인력 감소에 대해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 등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회사 차원의 인력조정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좋은사람들 측은 “퇴사로 부족한 인력에 대해서는 충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 충원 폭보다도 퇴사 인원이 더 큰 폭이라는 것. 특히 업황 둔화에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회사의 실적 악화를 보며 느낀 실망감으로 연차가 낮은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5개 업체 모두 지난 6월말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크게 증가했다. 쌍방울의 경우 지난 6월 말 7.2년이었던 평균 근속 연수는 올해 6월 말 12년으로 늘었다.

국내 속옷 브랜드들이 생산 자체를 줄이고 그나마 있는 생산분 마저도 해외에서 생산하는 가운데 국내 봉제 업체에 남아있던 노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한 국내 생산 의류업체 관계자는 “국내 바느질값 등이 크게 상승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해외 공장에 외주를 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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