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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레트로하우스] ‘연희38애비뉴’ 카페로 떠나는 LP음악여행

- ‘곰표레트로하우스 선정 11월 두번째 레트로하우스’







바쁘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 음악은 잠시나마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마치 내 이야기 같은 가사를 들을 때면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나에겐 ‘최애곡’으로 나만의 인생음악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핸드폰만 열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요즘.60년~70년대 그때 그 시절은 어떻게 음악을 즐겼을까?


그 시절 우리에게는 ‘LP(Long-Playing Record)’가 있었다.스트리밍을 듣던 사람들이 최근 LP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LP음반 판매량이 2008년에서 500만장에서 2015년 3200만장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LP음악이 각광받으면서 LP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나 바도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연희동골목 뒤 건물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이곳도 LP음악카페로 20대~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고 있는 곳이다. 카페 이름은 ‘연희38애비뉴’ ,카페 위치가 연희맛로 38 번지에 있어 주소를 따라 자연스럽게 짓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은 입구부터 남다르다.지하로 내려가는 카페 입구 안 계단을 따라 올드팝 스타들의 사진들이걸려져 있다. 내려가는 동안 “어떤 곳일까” 설렘과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추억의 올드팝송 음악이 밀도감 높은 풍부하고 생생한 소리로 오디오를 통해 카페 안에 울려 퍼진다. 입구 오른쪽 긴 나무테이블 위로 LP레코드와 그 뒤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벽면 수납장은 LP판들이다. 은은한 조명아래 각 테이블마다 초와 함께 볼펜과 메모지가 놓여있다.이 카페는 듣고 싶은 음악을 종이에 적어 DJ석으로 가져다 놓으면 신청곡을 들려주는 리퀘스트도 진행하고 있다.카페 안의 벽면 공간을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잊어진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다양한 소품들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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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빨간색 공중전화기 박스 안에 있는 빨강 옛 전화기,그 뒤로 영화포스터들과 함께 CD와 비디오테이프로 채워져 있는 선반, 고개를 돌리면 콘서트장에서나 볼 수 있는 큰 오디오 사이로 “로마의 휴일” 영화가 흑백으로 상영되고 있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빈티지한 카메라와 카세트들, 아톰피규어부터 로봇태권브이까지 보물 찾기하듯 곳곳에 놓여있는 소품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 그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레트로 감성으로 가득한 이곳은 화장실도 남다르다.화장실 앞 벽면 한면이 온통 카세트 테이프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그 반대편에는 노이즈, 녹색지대, 동물원, 변진섭 등 그 시대를 뒤흔든 추억의 가수들 음악이 카세트테이프를 볼 수 있다.

어느 공간 하나 허투루 쓰지 않은 듯한 카페 안은 모든 인테리어를 사장님이 직접 구상했다고 한다. 평소 LP와 오디오에 관심이 많아 취미생활로 모아온 빈티지한 소품들과 LP판이 8천장, CD는 5천장,그리고 테이프 다수로 작년 9월에 카페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지만 최근 젊은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아날로그의 관심이 많은 것이 신기하면서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매니아층이 아닌 이상 LP레코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LP레코드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신청곡을 통한 소통으로 LP음악을 더욱 나누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장님은 한편으론 요즘은 음악이 너무 흔해져 음악에 대한 귀함을 모르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한다.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좋은 원두를 고르고, 그에 알맞은 물 온도를 체크하고 마치 커피 한잔을 위해 로스팅에 정성을 쏟는 바리스타처럼 음악 역시 같다. 최상의 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습도와 온도에 민감한 LP를 깨끗이 닦아 보관하고 정성스러운 관리로 음악 한곡을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사람들이 음악을 아끼길 바란다 말하는 사장님의 대화 속에서 LP에 대한 애정을 넘어 LP음악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 좋아하던 음악이 발매되는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음반가게로 달려가 테이프를 구매하던 것처럼 그때의 음악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와 정성스럽게 내어준 음악을 맥주 한잔과 함께 지친 일상 속 잊고 있었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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