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에 자본확충 압박으로 작용해온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 시기가 1년 미뤄지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오는 2021년 예정됐던 IFRS17 도입 시기를 1년 미루기로 결정했다. 미국·중국·영국·독일·프랑스·호주·일본·한국 등 14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안건이 통과됐다. IFRS17은 금융사의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험사 부채가 대폭 늘어나 추가 자본확충 부담이 그만큼 더 커진다. 이 때문에 국내 보험사는 물론 선진국도 도입 유예를 주장해왔다.
도입이 1년 유예되면서 자본확충 압박에 시달려온 국내 보험사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충분한 유예는 아니더라도 자본확충에 어느 정도 시간을 벌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지난 3월 나이스신용평가가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양·KDB·흥국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는 IFRS17 도입 시 자기자본 대비 부채 부담이 100% 이상 증가하는 고위험군으로 지목됐다. 일부 중소형 보험사는 회계 전문인력을 섭외하지 못해 새로운 회계제도에 대비하기 위한 컨설팅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을 정도로 대비가 미흡한 실정이었다. 보헙 업계의 한 관계자는 “1년이라도 연장되면 시간에 쫓겨 지나치게 높은 가산금리를 매겨서라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야만 하는 위험은 줄어들 수 있다”며 “사업비 조정 등 부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보험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까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본확충 부담이 생각보다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IFRS17 도입에 따라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이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잠깐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형사들은 내심 반기면서도 1년 유예로는 큰 변화 모멘텀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대형사들은 지난해부터 이미 2021년 도입을 목표로 자본확충을 해왔기 때문에 (도입 유예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도입이 유예돼도 기존에 세워놓았던 자본확충 로드맵은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IFRS17 도입을 준비해온 외국계 보험사는 도입 유예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