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게임은 죄가 없다

임석훈 논설위원

'게임중독' 역기능만 부각시켜

1,000억弗 글로벌시장 외면 속

지상파 '게임+예능' 시도 반가워

아시안게임 종목 채택 등 발맞춰

게임의 순기능으로 초점 돌릴때




일요일인 지난 6월3일 저녁 지상파 방송에서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가 첫 전파를 타자 두니아가 실시간 검색어 1위로 급상승했다. 설정과 실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개에다 게임을 플레이하듯 한 편집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 프로는 넥슨이 제작한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를 소재로 제작한 예능이다. 현대지구인인 플레이어들이 알 수 없는 사고로 인해 공룡 세계로 들어가 새로운 섬을 개척하고 생존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달 2일부터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가 후원하는 예능 ‘비긴어게임’이 지상파에서 방영되고 있다. 전직 프로게이머 등 출연자들이 직접 게임을 해보고 추억·역사 등을 이야기하는 신개념 예능이다. 추억의 게임부터 최근 대세 게임까지 다양하게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 게 제작의도로 자정을 넘긴 시간대 편성에도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내고 있다. 4일부터는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e스포츠매거진GG’가 또 다른 지상파에서 방영 중이다.

부정적인 인식 탓에 지상파에서 퇴출당했던 게임 프로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는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게 불을 댕겼다. 우리나라가 은메달을 딴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가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생중계해 이슈가 됐다. 그만큼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 하면 고개부터 가로젓는 분위기가 여전한 게 현실이다. 10월23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단체 수장조차 국제대회 종목인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게임중독이라는 부정적인 면만 부각해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의 인식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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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셧다운제와 웹보드게임 규제도 모자라 ‘게임=중독물질’로 낙인찍으려는 모양이다. 보건복지부가 질병코드 부여와 관련된 내부 준비에 착수했다고 한다.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많은데도 그렇다. 이러는 사이 콘텐츠산업 수출(2017년 69억달러) 중 60%나 책임지는 게임산업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다.

국내 게임시장은 미국·중국업체가 잠식하고 수출길도 무역장벽에 막혀 좁아지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1년6개월 넘게 새 회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망 e스포츠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과 처우를 찾아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주도권이 중국과 북미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달 3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우리나라 팀이 6년 만에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종주국을 자부하던 한국 e스포츠의 위상 추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기로 하는 등 외국에서 e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임의 악영향은 분명 존재한다. 특히 청소년층의 과도한 게임몰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세계시장 규모가 1,000억달러가 넘는 산업 측면이나 순기능은 외면한 채 역기능만 강조해 규제로 옭아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독이라는 결과에만 집중하기보다 ‘게임몰입은 게임 자체보다는 부모·친구를 비롯한 사회적 관계와 학업 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과 연관이 크다’는 지적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게임업체들이 방송 등을 통해 순기능 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자율규제 측면에서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이런 시도들을 권장하는 등 민관이 머리를 맞대면 게임 폐해를 줄이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규제는 최소화하는 게 맞다.

무엇보다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종목 채택에서 보듯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려는 시각이 확산하는 등 시대가 변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커지는 ‘게임이 무조건 나쁜 건가. 좋은 점도 분명히 있는데’라는 목소리에 진지하게 응답할 때가 됐다. /shim@sedaily.com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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