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7만9,000명 증가…10명 중 8명이 40~50대

경기 둔화 속에 40∼50대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10월 기준 전체 실업자 규모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7월 5,000명, 8월 5,000명에서 9월 4만5,000명, 10월 6만4,000명으로 소폭 올랐지만, 30∼40대 취업자 수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50대 취업자 수도 증가 폭이 줄면서 고용상황은 계속 어두운 실정이다.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구성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 중이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산업이나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구조적 요인만으로 최근 고용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9%(7만9,000명) 증가한 97만3,000명으로, 10월 기준 1999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대가 7.2%(1만3,000명), 40대는 27.5%(3만5,000명), 50대는 23.1%(3만명)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10월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오른 3.5%로, 10월 기준 2015년의 3.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6만4,000명으로 지난 7∼9월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24만3,000명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30대 취업자는 7만4,000명, 40대는 15만2,000명 각각 감소했고, 50대는 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감을 보면 30대와 40대는 각각 11만6,000명, 11만9,000명 줄었고, 50대는 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3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10월(-2만명)을 시작으로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고, 40대는 2015년 11월(-12만명) 이후 36개월째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은 흐름을 보면 개선되는 양상이긴 하나, 전반적으로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고용률이 9개월 연속 하락세라 고용상황을 엄중히 지켜봐야 한다”면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40∼50대를 중심으로 고용상황이 좋지 않은 점은 인구 구조적 요인과 경기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산업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것만으로 최근 고용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상황이 전 산업부문에 걸쳐 지속해서 좋지 않고, 50대까지 숙박음식업, 자영업을 중심으로 악화하면서 고용상황이 어둡다”면서 “30대 취업자 수는 도소매업, 제조업, 전문과학서비스업에서, 40대는 도소매, 제조업, 공공부문을 포함해 전방위로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월에는 서민 일자리가 많은 숙박·음식점 분야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7,000명 감소해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감소 폭은 지난 8월 7만9,000명, 9월 8만6,000명 등을 기록하며 최근 3개월간 연이어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6월 시작된 마이너스 행진은 1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은 숙박·음식점업의 고용 부진이 자영업자 감소세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 7월 이후 4개월째 10만명 이상 줄고 있으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지난해 8월(-3만8천명) 후 14개월 만에 감소세(-4천명)로 전환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세인 점을 들며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자영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부인한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을 무색하게 하는 부분이다. 실업자가 40·50대 중심으로 증가한 점도 숙박·음식점업과 자영업의 경기 부진과 일맥상통한다.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저성장, 주력산업 쇠퇴 등 구조적 요인을 고용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 저하가 지속하면서 기업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둔화했고 관련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과거 고용을 흡수했던 전통 서비스업의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고용 동력 자체가 약해졌고 음식점 과당경쟁, 온라인 소비 확산 등으로 서비스업 일자리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적절치 못한 정책적 대응이 위기를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성장론이 아니라 분배론이었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자영업자가 많은 경제에서 최저임금을 주는 사장이 경제적 ‘을’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구조적 위험 요인은 지속해서 커졌지만, 정부와 산업계 모두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기업과 스킨십을 늘리고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규제로 서비스 부문 발전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소비가 많이 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규제 개혁 등으로 좋은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