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대기업 "글로벌 M&A 전문가 모셔라"

해외 M&A 전략·재무 역량 탁월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한 딜도 강점

외국계 IB 출신 영입 잇따라

SKC, 조민재 前 HSBC 부대표

CJ, 강경석 메릴린치 상무 스카웃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 M&A 전문가를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IB 전문가를 통해 그룹의 M&A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들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M&A 딜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IB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사례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IB 업계에 따르면 조민재 전 홍콩상하이(HSBC)증권 서울사무소 부대표가 최근 SK그룹으로 영입됐다. 조 전 대표는 지난달 중순부터 SK그룹의 화학계열사인 SKC에서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조 전 부대표는 UBS를 거쳐 HSBC 서울사무소에서 M&A 자문과 어드바이저리 등 IB 부문을 5년간 이끌었다. 이에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박종욱 전 바클레이스캐피털코리아 대표를 수펙스(SUPEX) 임원으로 발탁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다이와증권을 거친 정통 IB맨이다. CJ그룹도 강경석 전 BOA메릴린치 상무를 스카우트해 지난달 CJ㈜ 재경실 재무운영담당 임원에 선임했다. 강 상무는 스탠다드차타드증권(SC증권)과 HSBC를 거쳐 BOA메릴린치에서 기업금융부문(IBD)을 담당한 전문가다.


대기업들이 외국계 IB 출신 인사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는 것은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들은 내수시장이 정체를 보이자 해외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현지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 현지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인수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IB 전문가들은 기업 재무와 더불어 M&A 전략에 정통하다는 강점이 있다. 외국계 IB 출신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딜 소싱까지 전담할 수 있어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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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B 출신 인사들의 실력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됐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성장전략실 부사장에 JP모건 출신 M&A 전문가 이희재 부사장을 영입했고 올해 미래에셋대우 M&A 담당자 박노훈 상무를 추가로 영입했다. M&A 전문가를 적극 영입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베트남 1위 물류업체 제마뎁에 이어 올해 미국 물류업체 DSC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독일 물류회사 슈넬레케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대그룹도 지난 2016년 골드만삭스 출신 강환종 상무를 영입했다. 현대그룹은 강 상무를 앞세워 웅진식품 인수를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은 외부 자문사를 거치지 않고 우선적으로 딜을 검토할 수 있는 IB 조직을 꾸리는 추세다. SK그룹과 CJ그룹 등 아웃바운드 M&A(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로 성장한 기업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하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규모 M&A에 성공하면서 관련 경험이 있는 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면서 “내부에 M&A 전문가가 많아 의사결정 속도가 과거보다 무척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주요 그룹사들은 조 단위의 해외 M&A를 과감히 진행했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LG그룹 M&A 사상 최대 규모다. SK그룹도 미국 원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을 7,000억원 규모로 인수했다. CJ그룹은 미국 쉬완스와 독일 슈넬레케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각각 2조원·1조원 규모로 CJ그룹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M&A다. KCC도 최근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미국 모멘티브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기업의 해외 M&A 중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달러)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규모다.
/조윤희·박호현기자 choyh@sedaily.com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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