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뒤집힌 삼성바이오 판정]19개월만에 정반대 논리로 단죄..."여론 몰이에 신산업 희생"

분식회계 판단 근거·파장

증선위 "2015년 삼바 지배력 변동 없었다" 분명히

"2012년~2014년 에피스 종속" 삼바측 의견도 배척

"금융당국 징계로 전문가 판단 영역 사라졌다"지적도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14일 서울 세종로 서울정부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제재 조치 안 등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권욱기자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14일 서울 세종로 서울정부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제재 조치 안 등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권욱기자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은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예상했던 결론과 180도 달랐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당국이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가 문제없다고 밝혔음에도 특별감리가 시작됐고 정부가 바뀌며 감리 이후 19개월 만에 결론도 바뀌었다. 금감원은 한공회 감리와 금융감독원 특별감리의 정도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에 대한 현 정부의 견제심리가 반영된 정치적인 결론이며 여론몰이에 신산업이 희생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선위는 사실상 삼성바이오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증선위는 이번 안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회계기준 변경과 관련해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변경을 할 당시에도 지배력에는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배력 변동이 있을 경우에만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선위는 이미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때 당시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공동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합작 계약서에는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등과 관련해 바이오젠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에피스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종속회사가 맞다는 주장을 해왔다. 삼성바이오는 그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의 지분구조를 든다. 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에 50대50의 지분 투자를 제안했지만 바이오젠은 사업 리스크를 감안해 85(삼성바이오)대15(바이오젠)로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젠이 공동 지배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 당시에는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보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2014년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바이오젠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바이오 사업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2012년 이후 지배력에 변동 사항이 없었다는 금감원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2015년 말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할 당시 이미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국내 승인이 난 상황이고 유럽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점을 고려해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했다는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재감리 이후 금감원이 제출한 문건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은 지난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회계기준 변경과 관련해 보고한 문건을 제출했다. 문건에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11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연기됐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감안해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고 회계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한 내용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회사 내부문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증선위 결정에 삼성바이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한 해석에 따라 기업들이 삼성바이오와 같은 감리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회계전문가는 “워낙 다양한 경제현상이 일어나 기존 회계 원칙으로는 적응을 못 하니까 원칙 중심의 IFRS를 도입했다”며 “도입의 전제는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인데 삼성바이오 사례와 같이 금융당국이 징계를 내리면서 전문가의 판단 영역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계전문가는 “IFRS 도입 이후 당국의 감독 방식이 변한 게 없는 것 같다”며 “금감원이 무리해서 징계했다고 기업들이 생각한다면 어차피 금융당국으로부터 감리를 받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업들이 회계기준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번 증선위 결정에 불복하면서 추가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미 콜옵션 공시 누락은 고의라는 증선위의 판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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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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