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원가공개 확대는 건설사의 분양가격 폭리를 막고 궁극적으로는 인근의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까지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9·13부동산대책 발표 직전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서울시와 경기도도 자체적으로 짓는 공공아파트에 대해 비슷한 지침을 내렸다.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강행한 원가공개 확대가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인근 단지 가격과 엇비슷하다. 분양가격 비교가 쉬워 건설사끼리 담합이라도 하면 모를까 가격을 함부로 올려 책정하기 어렵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분양가격 심사를 받기도 한다. 더구나 국책 주택보증기관은 분양가격이 과도하면 아예 보증을 서주지도 않는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분양가격을 간접 통제하면 시장 자율의 가격·품질경쟁을 위축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같은 단지, 같은 크기의 아파트라도 구조가 천차만별이어서 단순 가격비교는 곤란한 측면도 있다. 주택업계가 소비자 분쟁 격화를 걱정하는 연유다. 분양가 시비에 휩싸이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이런저런 간섭과 규제가 싫다며 공공택지를 외면하면 주택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원가공개가 분양가 거품을 걷어내는 데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분양가를 낮춰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땅값을 낮추거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는 마당에 정책 성과마저 의심스러운 원가공개를 확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