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혐·여혐 대결로 비화하는 '이수역 폭행 사건'

"남성들이 인신공격" vs "여성들 남혐단어 사용"

경찰, 쌍방폭행으로 수사…국민청원 30만명 넘어

15일 오전 10시 50분께 이수역 폭행 남성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자가 3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15일 오전 10시 50분께 이수역 폭행 남성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자가 3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남성과 여성의 쌍방 폭행인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이 온라인에서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4시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의 한 주점에서 A(21)씨 등 남성 일행 3명과 B(23)씨 등 여성 일행 2명이 서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네이트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성을 일방적 가해자로 비난하고, 이 사건을 ‘여혐’ 범죄로 단정 짓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15일 오전 10시 50분께 이수역 폭행 남성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자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올린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됐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퍼지면서 사건은 남녀 갈등으로 번졌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다른 남녀커플 손님이 자신들을 지속해서 쳐다보면서 말싸움이 이어졌는데 관련 없는 남성들이 합세해 자신들을 비난하고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이 ‘말로만 듣던 메갈(남성 혐오 인터넷 사이트)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 인신공격도 했다”며 “몰래 촬영까지 해서 제지하려 했지만, 남성들이 밀쳐 뒤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리 짧고 목소리 크고 강한 여성이 별것 아니라는 그 우월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우리 같은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쇼트커트라는 이유로 사람이 맞았다’, ‘여혐 국가’, ‘여혐민국의 현실’이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서로 폭행했다면 쌍방 폭행이 맞다’, ‘조사결과가 나온 뒤 봐야 한다’, ‘여성의 남혐으로 시작된 사건’이라는 글들도 눈길을 끌었다. 현재 A씨 등 남성들은 자신들이 폭행을 당했고 B씨 측에서 먼저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당시 경찰의 약식 조사에서 B씨 등이 주점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조용히 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무시하고 시비를 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씨 일행과 당초 말싸움을 했다는 커플의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인터넷에 B씨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해당 글의 글쓴이는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는데 B씨 등이 ‘한남(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 커플’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계속 비아냥댔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 등이 남성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워마드’ 등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반복해 말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A씨 일행이 ‘소란 피우지 말아라. 가만히 있는 분들한테 왜 그러느냐’라고 B씨에게 말했다”며 “이후 여성이 남성들을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싸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여혐 사건이라고 하는데 여혐은 여성들이 저에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익명으로 올라왔었지만, 이후 삭제되면서 실제 당사자가 글을 올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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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는 B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주점에서 욕설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경찰은 당시 주점이 혼잡하고 CCTV에 음성은 녹음되지 않아 이들이 정확히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여성들이 시비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목격자 진술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날 확보한 폐쇄회로(CC)TV와 주점 관계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B씨 등 여성 2명은 주점에 있던 다른 남녀커플과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 이에 주점이 소란스러워지자 A씨 일행은 주점 직원에게 B씨 등을 조용히 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남녀커플이 먼저 주점을 떠나고 A씨 일행과 B씨 일행의 말다툼이 계속됐다. 이후 B씨 일행은 휴대전화로 A씨 등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A씨가 ‘몰래카메라’라고 항의하면서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이 과정에서 A씨 일행도 휴대전화로 당시 상황을 촬영하면서 양측의 감정이 격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주점 밖 계단에서 양측이 심한 몸싸움을 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양측의 진술이 상반돼 약식 조사를 한 뒤 이들을 귀가시켰다.

경찰은 시비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는 폭행 혐의 적용이나 정당방위 해당 여부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툼이 시작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면서 폭행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현장 CCTV를 분석하고, 주점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으며, 이후 A씨와 B씨 일행을 불러 피의자 조사를 할 방침이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A씨 대한 조사는 A씨가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에 경찰서에 출석한다는 입장을 통보해 조사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노진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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