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백화점 만난 동네맛집...'전국구 핫플'로

느티나무설렁탕, 현대아울렛 입점 후 본점매출 50% ↑

삼송빵집은 현대百 입점 3년만에 전국 37개 점포 열어

백화점은 집객효과 누리고 지역식당은 홍보효과 커 '윈윈'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느티나무설렁탕 본점(위)과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삼송빵집.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느티나무설렁탕 본점(위)과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삼송빵집.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40여 년 동네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 ‘느티나무설렁탕’은 올해 초 현대시티아울렛 측의 입점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거절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차장 입구 쪽에 있는 본점이 아울렛과 직선 530여m, 도보 10분 거리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울렛 측이 서비스·위생 관리 등 백화점식 매장 운영 방식을 교육하고, 협력업체를 통해 인테리어 공사에도 도움을 주기로 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그렇게 지난 8월 아울렛 식당가에 문을 연 ‘느티나무곰이복이’는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냈다. 아울렛점은 물론 본점까지 2030 젊은 고객이 찾고 매출도 기존 대비 훌쩍 늘어났다. 15일 박용현(67) 느티나무곰이복이 대표는 “동대문점 입점 후 본점 매출까지 기존보다 50% 이상 더 나온다”며 “고객층도 기존에는 40대 이상이 주로 입소문으로 찾아왔다면, 최근에는 20~30대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동네 맛집을 전국구 ‘핫 플레이스’로 끌어올리는 ‘F&B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식음료 매장 강화로 전체 점포 유동인구를 끌어올리는 차원을 넘어, 실력 있는 동네 식당까지 세대 구분 없는 인기장소로 만드는 ‘인플루언서’가 된 것.


결과적으로 백화점-지역식당 모두 ‘윈윈’이 됐다. 백화점은 이미 입소문이나 SNS로 잘 알려진 지역 맛집을 통해 ‘F&B 콘텐츠 차별화’와 집객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불어 식당 입장에서도 고급한 백화점 내 입점을 통해 한 번 검증 받았다는 느낌은 물론, 브랜드 홍보와 고객층 확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069960) 관계자는 “장인의 철학을 가지고 오랜 기간 매장을 운영해온 다양한 맛집을 입점시키는 것이 백화점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향후에도 숨은 ‘노포’를 발굴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백화점이 계열 점포를 통해 느티나무설렁탕처럼 전국적인 유명 맛집으로 만들어낸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백화점업계에선 처음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 삼송빵집이다.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등 전국 유수의 빵집을 제친 만큼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1957년 개점한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으로, 특히 통옥수수빵은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하는 ‘마약빵’이라고 입소문이 난 가게다. 삼송빵집 역시 처음 현대백화점 측의 입점 제의에 망설였지만, 판교점·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 등 핵심점포 입점과 프랜차이즈화를 돕겠다는 전무후무한 조건에 결단을 내린 경우다. 현재는 현대백화점 계열은 물론, 전국적으로 3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비슷하게 입점한 부민옥·신승반점·송옥 역시 판교점이 첫 백화점 데뷔였다. 부민옥은 서울 다동에서 60년간 영업하며 육개장·양곰탕 등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집’으로 알려진 곳. 또 신승반점은 1905년 자장면을 처음 개발해 자장면의 원조로 알려진 공화춘을 연 우휘관 씨의 외손녀 왕애주가 운영하는 정통 중식집이다. 송옥은 1961년 북창동에 본점을 낸 판메밀·우동 등이 대표적인 음식점이다.



이에 앞서 2013년 압구정본점에서 처음 선보인 전주 PNB풍년제과와 한국집도 유명하다. 1951년 전주에 문을 연 PNB풍년제과는 매년 지역방문객 713만 명 중 전주 한옥마을 찾는 493만 명이 이곳을 들려가고, 1952년부터 3대째 ‘전주비빔밥’을 판매해온 한국집은 2011년 미슐랭 가이드 한국편에 소개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롯데백화점도 천편일률적인 기존 브랜드 빵집 대신 지역에서 소문난 매장을 입점시키며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7월 오픈한 ‘베비에르’와 ‘김민성베이커리’의 경우, 지방에 출장 간 바이어가 우연히 찾아가 직접 맛 보고 입점을 결정한 사례다. 이들 두 매장은 ‘빵지순례’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특색 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고객들이 늘면서, 지난 7~9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20% 증가했다.

또 대구에서 유명한 ‘빵장수쉐프’와 오송지역 ‘좋은 아침’은 각각 상인점과 미아점에 들어선 후 동기간 매출이 전년대비 46%, 60% 가량 신장했다. 이 외에 앙버터·모치코 등 한입 짜리 디저트류가 유명한 ‘폴레폴레’는 부산본점 팝업스토어로 성공적인 실적을 내면서 정식 입점을 검토 중이다.

롯데백화점 장지혁 식품부문 선임바이어는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맛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 빵집보다도 특색있는 지역 빵집, 디저트 상품들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이런 트렌드를 고려해 다양한 지역 이색 맛집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유·허세민기자 0301@sedaily.com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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