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제재유지에 강공모드 돌변한 金...'병진카드' 또 빼드나

■김정은, 1년 만에 신형무기 시험지도

美 제재압박 카드 고수할 경우

'원점회귀' 가능성 경고 메시지

경제시찰 소식도 동시에 전해

대화 판 깨진 않겠단 의중보여

北 "불법입국 美공민, 추방결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체계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체계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1년 만에 신형 첨단무기 시험지도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제재 압박 카드를 고수할 경우 ‘원점회귀’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무기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군사적 행보와 함께 김 위원장의 경제시찰 소식을 동시에 전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깰 생각은 없다는 의중도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무기시험 현장지도는 지난해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이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음에도 완전한 비핵화 선행 없이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상응 조치 없이는 비핵화 속도를 낼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현재 북미관계는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차지한 민주당이 더 강력한 제재 고수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 측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보다 커졌다.

북한의 초조함은 이미 이달 초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권 소장은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귀담아듣지 않고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면 ‘병진’이라는 말이 부활, 이 같은 노선 변경이 신중히 검토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병진은 핵 개발과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북한의 전략 노선이지만 북한은 지난 4월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 노선을 택했다.


이날 북한이 김 위원장의 군사적 행보와 경제 행보를 동시에 공개한 것 역시 ‘병진 부활’ 으름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시찰한 무기체계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권 소장의 논평이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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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첨단 전술무기’가 신형 장사정포 정도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첨단’은 북한 대내 선전을 위한 용어일 것으로 봤다. ‘전략무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 ICBM급 수준의 무력시위용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날 김 위원장의 신의주 경제 현장지도 소식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제주산 귤에 ‘사의’를 표하는 보도가 함께 나온 점도 주목된다. 제재 완화 및 남북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함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중순 불법 입국해 억류된 미국 국적자를 추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10월16일 미국 공민 브루스 바이런 로런스가 조중(북중) 국경을 통해 우리나라에 불법입국하여 해당 기관에 억류됐다”며 “조사 과정에 로런스는 자기가 미 중앙정보국의 조종에 따라 불법입국했다는 데 대해 진술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신호에도 미국은 제재 카드에서 힘을 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달성을 위해 시행되는 계획이 있을 때까지 우리는 압박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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