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광주형 일자리’ 현대차 투자 협상 평행선…좌초 위기감

노동계 입장 반영으로 취지 퇴색돼 현대차 난색

市, 한국노총과 협의…민주노총·노조 반발 지속

정치권 의존도 한계…막판 타결 가능성 관측도

현대차 노조가 14일 울산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현대차 노조가 14일 울산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인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 투자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좌초 위기에 처해있다.

광주시 협상단이 노동계 협상 과정을 거치며 사업의 애초 취지와 많이 달라진 안을 내놓으며 투자자인 현대차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국노총만 협상에 참여하면서 노동계 양대 축인 민주노총의 반발이 이어지는 점도 상황을 악화하는 요인이다. 여기에다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지원에만 의존해 여론전으로 현대차를 압박하는 모양새도 사업추진의 한계를 드러내는 요소다. 광주시는 이달 국회 예산 심의 전까지 협상을 타결해 내년도 국비에 광주형 일자리 사업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광주시-노동계 합의안, 현대차 난색

광주시는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지역 노동계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임금·근로시간 등에 대한 합의문을 내놨다. 그러나 합의문에 노동계 입장을 대폭 반영하면서 애초 광주시-현대차 협상안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가다.

노동계 합의문에는 적정 임금을 ‘공정임금의 속성을 갖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리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한다. 별도의 연구 용역을 통해 적정 임금을 계획한다’고 명시했다.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주 40시간에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 및 휴일 근로를 허용했다. 기존 현대차 협상안에 포함됐던 최소 5년간 임금·단체협상 유예 조항도 빠졌다. 생산 차종도 휘발유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 향후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친환경 차로의 전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사업 추진의 1차 관문인 노동계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동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합의안을 끌어냈지만, 이제는 현대차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 구상 당시에는 노사정 타협을 통해 근로자 임금을 기존 자동차 업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려고 했다. 또 현대차 투자유치를 위한 혜택과 함께 근로자에게는 주거·교육·의료 등 각종 복지 제공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예정이었다. 현대차가 참여를 결정한 이유도 고임금으로 인한 고비용 부담을 덜고 노사 분규를 겪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광주시-노동계 합의안 수용에 난감한 상태다. 기존 협상대로 주 44시간 근무, 초임 연봉 3,500만원, 5년간 임금·단체협상 유예 등을 협상안에 명시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민주노총 빠진 ‘반쪽 합의’…정치권 의존 전략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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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노동계 합의안이 민주노총은 빠진 ‘반쪽짜리’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노동계 양대 축인 한국노총을 어렵게 협상 테이블에 앉혔지만, 현대차를 이끄는 민주노총과 함께하는 데는 실패했다. 민주노총은 자동차 산업이 위기인 상황에서 또다시 생산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은 산업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광주형 일자리가 기존 근로자를 위협하고 노사 협의도 하지 않은 단체협상 위반이라며 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노동계 합의가 불완전한 데다 노조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고, 고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자신감도 사라져버려 현대차로서는 사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를 설득할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광주시는 ‘이번 달 국회 예산 심의까지 협상을 마무리해달라’는 정치권에만 의존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광주시-현대차 협상은 졸속일 수밖에 없다”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사업성도 불확실한데 현대차가 투자할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 국회 예산 일정까지 협상 총력…극적 타결 가능성도

광주시는 국회 예산 심의가 끝난 지난 15일 ‘데드라인’을 넘겼지만,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달 말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결 전에 현대차와 합의한다면 광주형 일자리 예산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까지 실무자 간 협의를 거쳐 이견을 최대한 좁히고 다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진통 끝에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전망도 많다. 정부와 여야 모두 광주형 일자리에 초당적인 지원을 하기로 한 만큼 현대차가 당장 발을 빼기는 어렵게 됐다.

현대차도 이미 투자 의향을 밝힌 만큼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진다면 극적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대차와 노동계의 불신이 커 합의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혁신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인 사명감을 갖고 반드시 현대차의 투자를 끌어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이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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