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10월 전세보증금 1억5,500만원에 경기도 군포의 한 빌라에 입주하기로 계약했다. 10%인 1,55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잔금 1억2,000만원은 대출을 받아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에서 온 전화를 받고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전세자금대출 동의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이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지만 집주인이 그때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집을 알아볼때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탐탁지 않아하던 집주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인과 협의해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1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할 길이 없었고, 계약은 무산됐다. 집 주인은 계약이 깨진 원인이 A씨에게 있다며 계약금 반환을 거부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계약금의 두 배인 3,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에 들어갔다. 다행히 A씨와 부동산 중개인이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서에 ‘임대인은 임차인이 전세자금 대출받는 데 협조키로 함’이라는 특약을 넣었다.
A씨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집주인의 잘못이 인정된다고 지난 9월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집주인은 A씨에게 3,100만원이 아닌 계약금 1,550만원과 배상금을 포함해 총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계약서에 ‘대출 협조’의 구체적 범위가 기재되지 않아 다툼의 소지가 있었고, 집주인이 고령으로 전세대출 과정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계약금과 별도로 요구한 손해배상액 1,550만원을 450만원으로 감액했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안양출장소 신지식 변호사는 “임대인의 대출 협조 의무가 계약서에 특정되지 않았어도 거래 관행상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범위라면 의무로 인정된다고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