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년 예산안 심사 또 졸속으로 처리할 건가

여야 대립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섭단체 지분으로 1석을 더 배분해 예결소위를 16명으로 하자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관례대로 15석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생을 살리는 데 쓸 470조5,000억원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단 1명의 소위 위원 때문에 막혀 있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것은 의석 1석이지만 그것이 가지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 여당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예결소위에서 범여권이 가지는 의석수가 8석으로 절반이 돼 여당이 내세우고 있는 일자리와 1조원대 남북협력기금 예산의 원안 사수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관례대로 이뤄진다면 범보수 진영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정부 예산안을 퍼주기로 규정하고 이를 반드시 막으려는 야당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여야의 기 싸움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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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예산안 법정 심사 기한은 12일밖에 안 남았다. 이 짧은 시간 안에 470조5,000억원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전체의 35%나 되는 복지 예산이 허투루 사용되지는 않을지, 일자리에 배정된 23조5,000억원이 방만하게 쓰일 가능성은 없는지, 1조원 넘는 남북협력기금이 북한 퍼주기로 전락할 우려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하나 시간이 부족하다. 올해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안의 시급성을 아는지 19일 예결특위 간사 3명이 접점을 찾기 위해 협상을 벌인다. 이번에는 반드시 소위 구성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나서야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쪽지나 카카오톡으로 전달된 민원성 예산을 슬쩍 끼워 넣는 고질적 관행도 그래야 잡을 수 있다. 철저한 예산 심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이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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