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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의 계절 겨울, 냉면집 손님맞이 전열 정비

‘냉면+불고기’ 세트 강세…우래옥·봉피양·서경도락 각축

진정한 냉면의 계절이 돌아 왔다. 시인 백석의 시 ‘국수’를 통해 냉면이 겨울 음식의 백미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터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심심한 것은 무엇인가 /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긇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시 ‘국수‘ 부분 발췌>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국수’는 다름 아닌 냉면이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행인 백석은 메밀로 만든 면을 꿩 육수와 동치미를 섞은 육수에 말아서 겨울밤 뜨거운 온돌방에서 젓가락에 말아 올렸을 것이다. ‘히수무레’하단 표현을 보니 거피한 메밀 100% 순면인 듯하다. 시에는 그런 식재료와 먹는 모습이 살뜰하게 그려져 있다.

냉면이 겨울 음식이란 의미는 백석의 시 때문만은 아니다. 겨울철엔 동치미 맛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정한 육수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또 겨울철에 꿩도 많이 잡힌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냉면 육수는 동치미와 꿩이나 소고기 등 육류를 각각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섞어서 쓰기도 한다.


메밀은 한자어로는 교맥(蕎麥)이라고 하고 고지대 서늘한 기후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 중국 명나라 약학서 ‘본초강목’에 따르면 메밀은 장과 위를 실하게 북돋아주며 설사 등을 없애준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의서 ‘식료본초’에는 메밀이 정신을 맑게 해주고 오장의 부패물을 제거시켜준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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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에서는 메밀로 죽이나 비스킷,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메밀빵, 스파게티, 마카로니 등으로 이용된다. 일본에서는 소바 면 형태로 널리 대중화 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냉면, 막국수 등 면 요리에 주로 쓰인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전병, 부꾸미 등 다양한 형태 음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서울 시내서 평양냉면과 불고기 조합이 뛰어나 선육후면하기 좋은 집으로 알려진 삼대 면가. 위로부터 번호 순서대로 우래옥, 봉피양, 서경도락의 평양냉면과 불고기.서울 시내서 평양냉면과 불고기 조합이 뛰어나 선육후면하기 좋은 집으로 알려진 삼대 면가. 위로부터 번호 순서대로 우래옥, 봉피양, 서경도락의 평양냉면과 불고기.



리모델링·신메뉴 도입 등으로 마니아층에 어필

서울 시내 평양냉면 전문점도 겨울맞이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을지로 우래옥의 경우 이달 초부터 12월5일까지 내부공사에 들어갔다. 고풍스런 실내 이미지를 벗고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 기대된다.

강남 도산대로 강남본점과 마포점 두 곳을 운영하는 평양냉면과 불고기 전문점 서경도락은 양념소갈비를 신메뉴로 도입해 냉면과 ‘선육후면(先肉後麵) 궁합을 맞춰 볼 예정이다. 마포점에서 판매 동향을 보고 강남본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평양냉면은 여름철에도 많이 찾지만 진짜 마니아들은 백석처럼 겨울철 평양냉면을 즐긴다. 일부 마니아들은 전세버스를 빌려 타고 우래옥, 봉피양, 능라도 등 하루에 냉면집 다섯 곳을 돌아다니는 강행군도 마다 않는다. 서경도락 성현석 대표도 그 중 한사람이다. 그렇게 전국을 누비며 최고의 냉면 맛을 찾아 지금의 서경도락을 마니아들이 손꼽는 평양냉면 맛집으로 만들었다.

성 대표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시원한 육수가 일품이라면 입안이 쩡하고 소름이 돋는 겨울 육수 맛은 이한치한의 극치”라며 “최근에는 우래옥, 봉피양과 서경도락 등에서 만들어 내는 100% 소고기 육수가 평양냉면 육수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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