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농어민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을 삭감해 정부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운 정부가 농어민 재산 증식에는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에서 농어민저축장려금 지원 비용에 706억4,100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813억7,900만원)보다 13.2% 줄어든 금액이다. 저축장려금은 농어민이 농협·수협·산림조합 등에 저금하면 정부 예산으로 추가 장려금리를 지원해 목돈 마련을 돕는 기금이다. 결과적으로 내년부터는 정부의 농어민층 이자 지원 금액이 줄어드는 셈이다.
기금 예산이 10% 넘게 줄어든 것은 전체 농어민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이 상품에 대한 농어민의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지난 2017년 개편을 통해 2.5%였던 장려금리(5년 만기 기준)가 1.5%로 떨어졌고 그나마도 연간 납입금액은 240만원에 불과하다. 3년을 꼬박 부어도 1,000만원이 안 돼 애초에 목돈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구조다. 저소득 농어민에 대한 장려금리도 9.6%에서 4.8%로 조정되면서 상품 가입계좌가 2016년 31만7,000좌에서 지난해 말 28만8,000좌로 3만계좌 가까이 줄었다.
예산을 깎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회 등을 중심으로 저소득 농어민들이 실질적으로 재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농어민 소득 데이터를 갖고 있는 농식품부가 주관해야 한다(금융위)’는 주장과 ‘본질적으로 저축상품이므로 금융위가 해결해야 한다(농식품부)’는 주장이 맞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개선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 부처가 농민 지원방안을 두고 사실상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양 부처가 조정하기 어려우므로 국무조정실이 나서 해결방안을 만들어달라”는 권고까지 나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 축을 맡아야 할 금융위가 데이터가 없다는 핑계로 업무를 미루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