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7월 14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 도시바가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이 외신을 타고 해외로 퍼져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8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영업이익을 1,562억엔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정 회계를 저질렀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고경영진이 관여해 외부에서 발견하기 어렵게 고의적으로 회계 처리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에 비슷한 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졌다.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주요 뉴스로 일제히 타전했다. 외신들은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대체할 신성장엔진을 찾는 삼성에 일격을 가했다” “삼성의 미래 성장전략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전했다.
도시바 사태 당시 일본 내 여론은 분노에 가까웠다. 경영진의 사과와 검찰 수사, 시민단체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랐다. 국내의 분위기도 유사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에 신속한 수사와 감리로 최고경영진을 처벌하고 승계 과정의 비리를 엄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삼바가 내세운 명분들은 의도된 분식회계라는 속사정 때문에 보여주고 싶은 자료로 회계 전문가들의 적법 의견을 유도했고, 디테일은 다 숨기고 유리한 것만 질의해 금감원의 긍정 회신을 받아낸 꼼수라며 분식회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외신들은 의외의 시각차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재벌 기업들에 대한 감시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조치가 내려졌다”고 꼬집었다. 2년여 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낸 금융당국이 ‘고의 분식회계’라는 최고 수준의 제재로 입장을 뒤바꾼 것에 의구심을 갖는 모습이다. 일부 외신들은 현 정부의 요직에 있는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페이스북에 “(삼바 분식회계는) 제 재임 기간 중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썼던 결론이 현실로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외신이 우파진영에 가까운 시각을 보이며 국내외 여론이 다소 갈린 것은 이채롭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 SK글로벌과 두산·대우조선해양처럼 분식회계가 확인되면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삼성측에 철퇴가 내려져야 한다. 현재는 도시바와 달리 삼성 측이 반발하고 있어 최종 결론은 법원에서 가려져야 할 것 같다. 반드시 짚고 넘어갈 대목도 있다. 정부는 권력이 교체됐다고 정책 판단을 손바닥 뒤집듯 되돌리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공신력이 훼손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외신들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을 두려워하기 바란다.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