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대 총학생회장 공약에 등장한 '라면자판기'

"반대하는 정치 그만하겠다"

투쟁서 학교 실생활로 변화

“서울대와 사당역 간 셔틀을 신설하고 교내에 라면 자판기를 설치하겠습니다. 대학영어는 절대평가를 추진하겠습니다.”

20일 서울대 제61대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으로 당선된 ‘내일’ 선거운동본부의 도정근(물리천문학부 15학번)씨와 김다민(조선해양공학과 16학번)씨가 내건 공약이다. ‘투쟁’ ‘학생참여권 보장’ 일색이었던 공약은 학생들의 민원사항으로 채워졌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서울대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민원 해결사로 역할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내일 선본은 올해 선거에서 학내 셔틀버스 개선과 원격강좌 확대, 졸업학기 휴학제 등 학생들의 실생활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제시해 큰 호응을 받았다. 부실검증 논란으로 총장 후보자가 낙마하고 시흥캠퍼스 반대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이 재판을 받는 등 최근 학내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안들은 모두 제외했다. 반면 총장직선제와 등록금 예산감사, 학생의 학교 의사결정 참여를 전면에 내건 또 다른 선본 ‘나우(NOW)’는 614표 차이(6%)로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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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총학생회 측은 “이제는 반대와 투쟁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해 일상과 밀접한 공약을 내걸었다”며 “총학생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교수·직원 및 학내 기관과 협조해 불필요한 갈등을 지양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취업이 어려워지고 개인주의가 심화하면서 학생회가 존폐 위기에 몰린 점도 영향을 끼쳤다. 총학생회 입장에서는 학생 투표율이 50%가 안 돼 투표함조차 못 여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당장 혹할 만큼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다. 실제로 연세대와 한양대·경희대 등은 지난해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거나 출마자가 없어 총학 구성에 실패했다.

고강섭 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거대담론의 시기가 지나가고 미시담론과 생활정치가 지배하는 세상이라 대학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당장 투표율 50%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형편이라 학생회만의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기보다 학생 편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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