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통계청은 10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6만4,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고용이 지난 8월에 3,000명 증가로 바닥을 친 후 조금씩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당초 전망이 30만명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2019년 경제전망에서 내년에도 2.6% 성장에 일자리 창출은 11만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 구조로 보면 취업자 증가 규모가 매년 15만명은 돼야 현재의 고용률이라도 유지되는데 당분간은 이것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돌이켜 보면 1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주력 제조업과 자영업에서 일자리가 말라가는 경제 현실과 따로 놀았던 셈이다. 10월에 대통령은 8차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하며 고용실적의 미흡함을 지적하고 우리 경제의 여러 구조적 어려움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경제 사령탑을 교체했다.
그런데 앞으로의 일자리 정책은 어찌 되는 것일까. 당초 준비했던 정책 메뉴들로는 고용 현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더 해볼 것도 없다. 고용정책 당국은 길을 잃었고 이제 와서 더 기다려달라고 할 염치도 없을 것이다. 노사관계도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선물 챙기기에 여념이 없던 노동계는 정부가 일자리를 위한 연대와 협조를 요청하자 절대 불가라며 투쟁 대오를 갖추고 있다. 탄력근로제의 확대를 명분 삼아 총파업에 나서는 민주노총이나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개문발차를 외치며 내일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정을 봤을 때 마지막 기회의 창으로 여겨졌던 사회적 타협을 통한 고용위기 돌파의 불씨도 꺼져가고 있다. 또한 당정청과 광주광역시가 모두 나서 현대자동차 노사를 설득하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불씨를 살리려 애써보지만 이미 꺼진 불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노사정의 불신과 갈등만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년이 되기 전에 정부는 고용노동 정책 전반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진로와 메뉴를 개척해야 한다. 그래야 땅에 떨어진 정책적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코앞에 닥친 10.9%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의 본격적인 시행, 그리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 등을 다시 짜야 한다. 지금까지의 일자리 정책은 모두 정부의 예산과 행정명령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무릅쓰고라도 노동시장의 제도를 개혁하고 노사관계를 바꿔놓지 않는다면 좋은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가 안 된다는 국내외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혁신을 위한 축적의 시간이 되게 하려면 정책 당국은 고용정책에 관한 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겸손한 자세로 과거 정권의 정책이력(policy history)만이라도 잘 살펴봤으면 한다. 지금 시점에서 특히 참고가 될 사례는 노무현 정부 중반기(2005~2006)에 있었던 정책적 각성이다.
각성의 핵심은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과 같은 단품 메뉴에만 매달리지 않고 노동시장 인프라의 확충이나 임금직무체계의 개혁과 같은 세트 메뉴가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노동시장 선진화의 기치 아래 대통령직속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2005년10월~2007년 5월)가 만들어졌고 노동행정의 중심을 노사정책에서 고용으로 바꾸는 조직 개편도 했다. 고용 인프라의 확충과 이를 관리할 고용정보원의 출범, 임금개혁을 지원할 임금직무혁신센터의 신설도 그때 일이다. 이때의 각성을 오늘에 대입해보면 문재인 정부 최고 위상의 일자리위원회가 출범 때부터 보여준 기능의 모호함과 성과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차라리 위원회의 사명을 노동시장 선진화 개혁에 한정하고 첫 과제로 공공 부문의 노동시장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재편하면 어떨까. 동시에 민간 부문 비정규직 노동시장을 선진화하는 차원에서 비정규직이 집중된 직무를 표준화하고 임금정보를 축적해 경력개발이 가능하도록 고용 인프라를 체계화하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