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칠면조는 추수감사절에 빠질 수 없는 요리로 매년 5,000만 마리가 희생되지만, 백악관은 미국칠면조협회에서 증정한 칠면조 한 마리는 생을 끝까지 누릴 수 있도록 대통령의 사면을 받는 행사를 1957년부터 매년 개최한다.
올해도 추수감사절을 앞둔 20일(현지시간) 이 사면행사가 백악관 로즈가든서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사면 대상으로 선정된 17.7㎏의 ‘피즈(Peas)’에게 사면을 선언하면서 “운 좋은 칠면조”라고 말했다. 피즈와 함께 투표에 부쳐진 18.6㎏의 칠면조 ‘캐럿츠(Carrots)’는 공식적인 사면대상에서 밀렸지만, 피즈와 함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운 좋은’ 이 두 칠면조는 앞으로 버지니아 공대로 옮겨져 사육될 예정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이 사면행사에서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내놓았는데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적 뉘앙스로 가득했다. 그는 이번 사면 대상 칠면조 선정투표를 ‘공정한 선거’라 하면서도 “캐럿츠가 패배 인정을 거부하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어 우리가 아직도 싸우는 중”이라고 농담했다. 이어 “그러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결론이 났다는 것”이라며 “캐러츠,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단다”라고 말했다. 이는 공화당이 이달 초 중간선거에서 재검표까지 가는 격전을 치르고 전날 승리를 최종 확정 지은 플로리다주의 주지사와 연방상원의원 선거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칠면조들에게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소환장을 발부할 것 같다는 말도 해줬다”고 하는 등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아주 행복한 추수감사절을 보내기 바란다”고 기원하면서 “추수감사절은 미국인이 사랑, 이해, 통합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는 때”라고 덕담을 건넸다.
특히 8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1,000명이 넘는 실종자를 낸 캘리포니아 산불을 언급하면서 미국인들은 산불 피해자들과 마음을 함께 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또 “우리는 정말 축복받은 미국인들”이라면서 “지금 우리 나라는 믿어지지 않는 시기(incredible time)다. 번영이 한창이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치적’을 자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가족과 함께 자신 소유인 플로리다주 휴양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보내기 위해 이날 오후 백악관을 출발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