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과도한 스타트업 지원을 우려한다

<108>스타트업과 스케일업 균형 잡기

일자리, 스케일업서 나오는데

스타트업 보증비율만 급증세

균형·조화의 지원정책 펼쳐야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작금의 스타트업 지원도 예외가 아니다. 스타트업은 벤처생태계의 출발점으로 소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 벤처가 국가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스타트업 벤처가 스케일업 벤처라는 성장 과정을 거쳐 일자리를 창출한다. 스타트업은 스케일업을 거쳐 글로벌 벤처로 성장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한다. 그리고 성공한 벤처가 다시 후배 벤처를 양성하는 연속 벤처(serial entrepreneur)가 돼 벤처생태계를 비옥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세상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 선순환될 때 진정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우선 스타트업과 스케일업 벤처라는 용어의 혼선부터 정리해보자. 한국의 스타트업 벤처는 3년 이내의 신생 소규모 기업을 의미한다. 위키백과는 스타트업을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으로 차별화된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고 지칭한다. 스케일업 벤처는 지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소개한 고성장 벤처 기업들을 영국의 셰리 쿠투가 스케일업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일반화됐다. 미국 카우프만재단(2010년)에 따르면 5%를 차지하는 고성장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3분의2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혁신을, 스케일업은 효율을 담당한다. 스타트업은 차별화된 역량으로 혁신하는 과정이고 스케일업은 시장에서 혁신이 합리적 혁신으로 평가받는 과정이라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주창한 바 있다. 혁신은 질이고 효율은 양이다. 국가의 성장에는 질의 혁신과 양의 효율 모두 중요하다.



대니얼 아이젠버그 교수는 “창업 결과에 매달리다 보면 기업의 숫자에 연연해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경고하며 “선진국들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사해보면 창업이 많아질수록 생태계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이미 수립돼 있다면 초점을 스타트업보다 스케일업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MIT의 구즈만 교수도 2017년 창업의 혁신보다 시장의 효율이 국가 성장을 좌우하는 변수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이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스타트업 혁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혁신이 치열한 시장 경쟁을 통해 고객과 접목되는 ‘다윈의 바다’를 건너는 스케일업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벤처생태계 전체를 조망한 균형 있는 국가 정책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현재 정책현황을 살펴보자.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과 지역신보를 합쳐 국가 총보증 규모는 80조원 대에서 90조원 대로 증가했다. 그런데 과거 30%에 불과했던 보증기관들의 스타트업 보증 비율이 현재 70%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 파이는 10% 미만 증가했는데 기존 기업의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다. 간단히 계산해도 스타트업 단계를 벗어난 기업들의 보증은 급격히 축소됐음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의 보증 축소는 기업 의지를 꺾고 더 나아가 존폐 위기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일자리 정부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또 다른 원인은 정작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의 자원을 아직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으로 이동시킨 데 있다.

산업정책의 미학은 균형과 조화에 있다. 복잡한 산업생태계에서 톱다운 방식의 행정이 위험한 이유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사례가 입증한다. 스타트업은 중요하나 전부가 아니다. 과도한 스타트업 지원은 일부 창업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을 앗아가고 있다. 지원에는 규제가 따르고 경직되고 불합리한 규제에 순응하면서 기업인들은 길들여진다. 스타트업을 개별 지원하지 말고 창업 플랫폼을 공유하고 도전하게 하고 정직한 실패를 지원하라. 그리고 스타트업·스케일업과 글로벌화의 균형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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