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중기대표 133명 설문]"올 매출, 목표치보다 수억 미달...투자 늘리고 싶어도 여유 없어"

■경영난 호소하는 中企대표들

홈쇼핑 저가 판매 나서거나

대리점에 물량 떠넘길 처지

"노조가 회사 위에 군림

사업주는 노예 신세" 한탄도

“주 52시간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법이 정한 대로 하고는 있지만 기업 부담이 늘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정부의 친노동정책에다 불경기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다 보니까 내년 경영은 긴축에 방점을 찍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투자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닙니까.”(생활가전업체 A사 대표)

21일 중견·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경직성을 높이는 일련의 정책들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당장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만큼 정부가 규제 완화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지만 실상은 현장과 따로 논다는 지적이다.


중견·중소기업 중에서는 올해 영업 환경 악화로 당초 목표했던 실적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는 곳이 상당수다. 생활가전업체 B사의 이용건(가명) 대표는 “상반기에 그럭저럭 버티다 하반기 영업이 크게 어려워지며 올해 매출이 목표 대비 수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최대한 물량 밀어내기를 해야 하기 위해 홈쇼핑 등에 저가로 판매하거나 대리점에 재고를 밀어 넣어야 하는 처지라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강성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건설 소재 제조업체 C사를 운영하는 박진건(가명) 대표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지방에 한 번 가봐라. 노조가 회사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 사업주는 노예 신세”라며 “경기가 안 좋다고 다들 말하지만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블루오션(무경쟁시장)을 개척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인건비 압력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제조업체 D사의 성신영(가명) 대표는 “현재 영위하는 사업은 국내에서 우리만 하고 있어 경영환경이 나쁘지는 않은 상황이며 오히려 해외 시장에서 선두를 잡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진출은 해외 시장 진출인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문화 콘텐츠 벤처기업인 E사의 송영훈(가명) 대표는 “저희는 새로 인력을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는 추세라 부담이 크다”며 “애초에 저희는 다른 업체보다 하루 한 시간 적게 일하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 이슈에는 타격이 없는 편이기는 하지만 인건비 인상 이슈가 크게 작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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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년 이후에도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동 리스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8,350원이 시행되는데다 오는 2020년에는 종업원 50인 이상 사업장도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적용받게 된다. 내년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적용되던 ‘근로시간 단축 유예’도 해제된다. 가전업체 F사를 운영하는 신규철(가명) 대표는 “우리는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라 확실히 국내 경기를 덜 타지만 그럼에도 공장을 돌리는 제조업이다 보니 확실히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며 “아무래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계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을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결정하는 등 정부와 노조로부터 ‘청구서’를 받아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 단체의 경우 사출·성형·제지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회원사가 많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소 1년으로 늘려야 성수기에 대응할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에서는 경사노위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단위기간 1년’이 노사 입장 모두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제약’을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기업별로 각기 상황이 다르기 마련인데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일괄 적용하게 되면 산업 구조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금과 같은 ‘관존민비(官尊民卑)’ 식의 사고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면 기업경쟁력 강화와 민간 고용 창출은 모두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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