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간강사 처우 개선법' 앞둔 대학… 대량 해고 우려 커진다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사진=이미지투데이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사진=이미지투데이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대학들이 강의를 대형화하고 개설과목·분반을 줄여 강사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학교, 교수, 강사들 사이의 입장차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21일 교육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은 최근 내부 회의 등을 통해 강사법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사법은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임 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주고 1년 이상 임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10년 한 대학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이후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자 논의됐다. 그러나 법 취지와 달리 고용과 예산에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시간강사 해고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완 입법이 계속 진행됐다.

문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8월에 적용되는 강사법과 관련해 여전히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대학들이 시간강사 수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려대의 경우 최근 강사법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개설과목을 축소하고 전임교원의 강의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했다. 매 학기 개설되는 전공과목 수와 각 과목 분반 수를 줄이는 한편, 일부 분반은 강의담당 교원이 개설하되 토의·문제풀이·실습 등을 대학원 재학생·휴학생·수료생 등 이른바 ‘티칭 펠로우’가 맡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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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다른 대학들도 강의를 대형화하거나 강의를 줄이는 등 유사한 방식으로 강사 규모를 줄이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어느 학교나 강사 수를 줄일 것”이라며 “어떤 기준과 방법을 택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대 단과대학 학장·대학원장단은 입장문을 통해 강사법이 양질의 교육을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장·원장단은 “소수의 강사가 일정 수 이상의 강의를 의무적으로 맡는 것은 대학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강사료 인상, 방학 중 임금 등의 추가 재정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므로 대학이 강좌 수를 줄이고 대형화해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사법은 신진학자가 대학 강단으로 진입하는 장벽이 될 위험이 있고, 시간강사 수 감소로 다수의 강사가 해고당할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강조했다.

학교 측과 교수·강사들 사이에 감정싸움도 빈번하다.

중앙대는 14일 학과장 회의를 열어 시간강사 감축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시간강사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 비유하는 발언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회의 참석자는 “교무처장이 ‘최저임금이 오르면 편의점주는 알바(아르바이트생)를 자른다. 시간강사도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말해 논란이 됐고, 해당 발언을 속기록에서 지워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10년 이상 공부하고 학문의 길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을 알바생에 빗댄 건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발언한 중앙대 관계자는 “작은 편의점도 국가 정책이 바뀌면 대책을 마련하는데 대학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이 비유가 불쾌하다면 편의점주의 노력은 하찮고 우리 대학의 노력은 고결하다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교육부는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대학에 관련 예산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나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 소요가 예상되는 퇴직금과, 방학 중 임금 등에 대한 예산 논의를 진행 하고 있는데, 정확한 규모는 국회에서 논의가 다 이뤄진 뒤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홍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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