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올해 3·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 기준)은 131만7,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했다. 3·4분기 기준으로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1분위 가구의 분기별 소득은 올해 들어 9월까지 역대 최대폭 감소 기록을 거듭하고 있다. 차상위층인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명목소득도 1년 전보다 0.5% 감소했다.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상위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73만5,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했다. 2004년 3·4분기(9.4%)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바로 아래인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의 명목소득도 5.8% 늘어 2012년 1·4분기(8.1%)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이에 따라 소득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로 벌어졌다. 가구원 수가 같은 경우에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평균소득 격차가 5.52배까지 커졌다는 뜻이다. 3·4분기 기준으로 2007년(5.52)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소득 증감을 가른 것은 결국 일자리였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는 근로·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한 결과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2.6%나 감소해 사상 최대폭으로 줄었다. 일자리를 잃고 저소득층으로 밀려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3·4분기 1분위 가구당 취업인원수는 0.69명으로 1년 전(0.83명)보다 16.8%나 감소했다. 이는 1분위 중에서도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은 6.3% 늘어난 반면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은 33.5% 급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분위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인 상용직의 비율도 지난해 8.2%에서 올해 5.1%로 쪼그라들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용의 질도 악화하고 취업 인원수도 줄면서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5분위 가구의 경우 가구당 취업인원 수가 지난해 3·4분기 2명에서 올해 2.07명으로 3.4% 늘었다. 여기에 임금 상승까지 겹치면서 5분위 근로소득은 11.3% 증가했다. 2007년 3·4분기(12.5%)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마찬가지로 근로소득과 전체 소득이 모두 증가한 3분위(2.6%)와 4분위(1.3%)도 가구당 취업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가 늘어난 가구는 그만큼 벌이도 늘었다는 얘기다.
각종 세금·연금·사회보험료·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3·4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6만5,000원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1년 전 대비 증가율도 23.3%로 명목소득 증가율(4.6%)보다 5배나 높았다. 비소비지출은 가계가 줄일 수 없는 지출로 비소비지출이 전체 소득보다 많이 늘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은 그만큼 줄어든다. 전체 소득이 감소한 1분위와 2분위 가구는 비소비지출이 각각 4.8%, 15.8% 늘어 실제 가계의 씀씀이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가 저소득 어르신 지원을 위해 앞당기고 있는 기초연금 인상 효과는 미미했다. 올해 9월부터 기초연금 상한은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됐지만 실제로 고령층이 많은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 가운데 실업급여가 늘어나면서 증가폭이 커졌다.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