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계 드러낸 소득주도성장] 임시·일용직 23만개 사라져...고용악화→분배참사 악순환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세금 퍼부었지만 효과 없어

최저임금 여파 음식·숙박·도소매 사업소득 12%↓

무분별한 정책, 취약계층 고용만 줄여 경기에 찬물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양극화를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역설적으로 분배를 얼마나 악화시켰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증가시켜 경기 선순환을 일으키겠다는 정책 설계가 오히려 취약계층 고용을 줄여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정반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연금 인상을 포함해 세금을 퍼붓고 있지만 일해서 버는 돈인 근로소득의 감소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정책이 빚어낸 정책 참사”라며 “하루라도 빨리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나아진다더니’…더 얇아진 저소득층 지갑=지난 상반기 최악의 소득 분배 지표를 연달아 받아들자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부터 저소득층 소득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65세 이상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이 9월부터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르고 아동수당 10만원도 새롭게 지급되는 만큼 정책 효과로 저소득층 소득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3·4분기 저소득층 소득 수준은 더 떨어졌다. 소득 1분위(하위 20%) 월평균 소득은 141만6,000원에서 13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7% 줄었고 2분위도 285만7,000원에서 284만3,000원으로 0.5% 감소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894만8,000원에서 973만6,000원으로 8.8%나 늘었고 4분위도 538만1,000원에서 569만1,000원으로 5.8% 증가했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3분위는 406만4,000원에서 414만8,000원으로 2.1% 소득이 늘었다. 전체 가구 평균 월 소득은 453만7,000원에서 474만8,000원으로 4.6% 늘었다. 전체 가구 평균 월 소득이 올라가는데 저소득층의 소득만 뚝 떨어진 것이다. 저소득층 소득은 더 떨어지고 고소득층 소득은 늘면서 소득 양극화 수준을 뜻하는 5분위 배율은 5.52배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2015년까지만 해도 5분위 배율이 4.46배까지 떨어졌었지만 이후 수직 상승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 악화와 이에 따른 내수 침체가 소득 분배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소득 분배 역시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용참사→분배 참사’ 파급 최저임금 인상=저소득층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는 이유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한 고용 참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적 견해다. 조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된 임금 근로자야 급여가 올라가겠지만, 고용 자체를 안 하면 근로자의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지불 능력이 있는 사업자에 소속된 근로자에게는 플러스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자영업자에 속한 근로자에는 일자리가 아예 없어져 버리는 영향을 주면서 소득 분배가 악화했다”고 말했다.


실제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한 3·4분기에 최저임금 민간 3대 업종으로 꼽히는 도소매, 음식·숙박, 시설관리업에서만 27만2,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취약계층 비중이 높은 임시·일용직으로 따지면 22만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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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에 대한 고용 참사가 소득 분배 악화로 이어진 것은 1분위 근로소득이 급감한 데서도 확인된다. 1분위 가구당 취업자 수는 0.83명에서 0.69명으로 16.8% 줄었고 2분위도 1.31명에서 1.21명으로 8.2% 감소했다. 그 결과 1분위 근로소득은 무려 22.6%나 급감했고 2분위도 3.2% 줄었다. 1분위 근로소득 감소 폭 22.6%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크다. 근로소득은 근로자가 일한 대가로 버는 돈을 의미한다. 1분위는 사업소득도 13.4% 감소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등을 뜻하는 1분위의 이전소득이 19.9%나 늘었지만 일을 해서 버는 근로·사업소득이 급감해버리면서 정부 지원의 긍정 효과를 압도해버린 것이다. 특히 음식·숙박·도소매 등 자영업자들이 26.1% 분포해 있는 3분위에서는 사업소득이 11.9%나 줄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이 지금은 3·4분기에 해당하는 7~9월 중 9월에만 잡혀 효과가 아주 미미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1분위(19.9%)보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3분위(38.8%)·4분위(21.5%)에서 이전소득이 더 많이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아동수당 지급 혜택이 정부가 당초 타깃으로 했던 저소득층보다 ‘좀 더 살 만한’ 가구에 더 돌아갔다는 의미다.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대책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과장은 “아동이 있는 가구가 많은 2~4분위에서 공적 이전소득 효과가 더 컸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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