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안을 두고 판사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나선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사법개혁 후속추진단장이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개혁과 조직 옹위’ 사이에서 끊임없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발전위원회 건의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단장인 김수정 변호사는 22일 이례적으로 사견을 전제로 한 장문의 입장문을 내 “후속추진단이 시간과 기회를 다 보낸 지금 김 대법원장이 왜 원점과 같은 수준에서 법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의견수렴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총괄기구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의지”라며 “의견수렴은 개정안을 3주 안에 마련하라는 김 대법원장의 강경한 요청은 물론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후속추진단은 법원행정처가 주도하는 셀프 개혁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기구”라며 “최종적으로 사법발전위원회 다수의견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이는 개혁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사법부의 ‘셀프 개혁’에 대한 반발 여론이 늘자 지난 10월 사법발전위 건의 내용을 실현할 후속추진단을 선정했다. 단장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의 김 변호사가 맡았다. 후속추진단은 이달 7일 사법행정 총괄기구로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해 이를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법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로 대폭 이양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이달 12일 이후 예고되지 않은 의견수렴 절차에 나섰다. 연일 전국 법원을 순회하는 것은 물론 19일에는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 70여 명과 만찬을 갖기도 했다. 사법부 내에 민변 등 외부인사들이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한 법원 내 반발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법원장이 어정쩡한 행보로 법원 안팎의 분열만 초래한다는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의혹 검찰 수사 직전인 6월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법원은 각종 자료 임의제출 요구를 잇따라 거부했다. 9월 사법부 70주년 행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공표했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은 멈추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법개혁안을 두고도 김 대법원장이 빠른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당분간 법원 내의 보수적 의견과 법원 밖의 개혁 요구 사이에서 마찰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