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 경제성장과 노후준비




미국의 뉴욕주와 뉴저지주를 잇는 다리인 조지워싱턴브리지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느 회사가 그 다리를 새로 페인트칠하는 작업에 입찰해 낙찰됐다는 기사였는데 그 계약이 무려 10년이라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것이 왜 10년까지 걸릴까 의아했지만 기사를 좀 더 읽어보고는 납득할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찰을 받은 회사는 페인트칠을 하는 동시에 안전점검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 발전은 세계의 부러움을 살 만한 경이로운 업적이다. 자산도 늘어나 외환보유액이 세계 7위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비해 어두운 면도 동시에 존재한다. 노인층의 빈곤율이다. 열심히 일한 것에 비해 노후준비는 너무도 낙후돼 있다.

노후준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압축 성장을 했듯이 자신의 노후준비도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노후준비가 가장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노후준비에 투자해야 할 금액을 자녀들의 사교육비로 올인하는 누를 범한다. 또 노후준비를 위해 멀리 보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한데 단기적인 투자에 몰입하고 혹은 주식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생각을 갖거나 아예 외면하기도 한다.


특히 주식투자를 보면 한국인의 조급함이 잘 드러난다. 내가 그동안 한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투자에 대한 생각이나 철학이 금융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많은 투자가들이 주식투자를 단기적인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고 투자기업의 본질 가치를 보기보다는 매매타이밍을 맞추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식투자를 카지노와 비슷하게 생각해 주식을 멀리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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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 철학의 부재는 잦은 매매를 하게 되는 이유이자 결국 손해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투자의 이유를 노후준비라고 답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답한다. 실제로 미국 퇴직연금의 50%가 주식에 투자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90%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 장기적인 철학과 단기적인 철학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모습이다.

노후준비는 천천히 매일매일 실천해야 한다. 낭비성 소비를 투자로 전환해야 하고 투자는 오랜 기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고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노동뿐만 아니라 자본도 같이 교육을 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공부만 잘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돈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장기적으로 경제독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단기간에 압축해 이루려고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장기적으로 계획해 이루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온 가족이 한다면 훨씬 효율적이다. 또 대학입시에 올인하는 현재의 교육제도를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학생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시키는 것이 대학입시보다 훨씬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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