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지역 화폐·마일리지의 신뢰성이 높아져 지역주민이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서나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QR코드 기반의 간편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와 함께하면 지역의 울타리도 벗어날 수 있다. ‘블록체인 선도도시’를 천명한 서울시가 꿈꾸는 방향이다.
서울시의 블록체인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태균(사진) 정보기획관은 “S-코인 플랫폼 구축이 내년 하반기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S-코인은 그동안 에코·승용차·시민건강·홈페이지 등 서울시 정책에 참여한 후 얻을 수 있는 마일리지를 통합한 것이다. 연간 생성되는 마일리지만 63억원 규모다. S-코인을 탄생시킨 아이디어는 비트코인에서 나왔다. 김 기획관은 “거래내역을 변조할 수 없다는 블록체인의 특성뿐 아니라 ‘비트코인 채굴(마이닝)’이 마일리지 획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S-코인으로 교통카드 충전·지방세 납부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은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인 서울페이(제로페이)와의 연계다. 서울페이 QR코드가 설치된 곳이면 어디든 S-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현재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결국 서울 지역의 마일리지인 S-코인의 화폐적 성격은 더욱 강화되고 블록체인·QR코드 기술로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김 기획관은 “검토 과정에서 서울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며 “17개 광역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발행을 위해 사용을 원한다면 블록체인 플랫폼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지역화폐’라는 목표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지역 쿠폰을 현금화해 다른 지역에서 사용한다’는 부작용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블록체인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많은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대해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기획관은 “그동안 서울시도 학습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자문 회의를 한 달에 한 번 개최했다”며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정보화는 안 되는 것은 없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