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호수를 연상케 하는 엄청난 양의 물. 거대한 구조물을 경계로 한쪽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댐’을 떠올릴 때 상상하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22일 찾은 영주댐은 그런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댐 구조물 인근에만 최고 5m 수심의 물이 차 있었고, 그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최대 수심은 2~3m에 그쳤다. 그마저도 곳곳에는 마른 흙바닥이 드러난 탓에, 댐이 아닌 작은 하천을 연상케 했다. 낙엽이 다 떨어진 주변 가을 나무숲과 어우러진 영주댐의 풍경은 황량한 분위기마저 느껴지게 했다.
경북 봉화군에서 영주시와 예천군으로 흐르는 낙동강 상류의 내성천. 영주댐은 이곳에 지난 2016년 10월 총 사업비 1조1,030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내성천의 깨끗한 1급수를 댐에 가둬뒀다가 낙동강 수질이 악화했을 때 흘려보내 이를 개선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준공 후 3년여가 흐른 지금, 영주댐은 목표 달성에 완전히 실패했다. 시범 담수 과정에서 녹조 현상이 발견됐고, 깨끗했던 내성천 상류의 수질마저 악화한 것이다. 결국 올해 2월부터는 담수는커녕 모래를 흘려보내는 댐 가장 아래의 배사문까지 활짝 열어놓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내성천 인근의 농경지 등에서 쌓아둔 퇴비와 축산 분뇨가 비와 함께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수질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황진수 수자원공사 경북북부권 지사장은 “지난 2009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을 당시보다 사육 두수가 크게 늘었고, 다른 댐과 비교해 주변 농경지가 많은 편이라 수질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1㎖당 최대 21만 세포에 달했던 유해남조류(녹조)는 댐 문을 연 올해 최대 8,600 세포까지 줄었고, 총유기탄소량(TOC) 역시 ℓ 당 1.6~4.5㎎로 ‘보통’ 수준 이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올해 들어 강우 시 비점오염원 유입 모니터링을 위한 자동 채수기 6개소를 도입·운영하기 시작했다. 1억5,000만원을 들여 축분뇨 비가림막 300개를 제작·배포했고, 녹조 제거용 물순환장치도 29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앞으로는 수질대책 효과 평가를 비롯해 오염배출 감시, 댐 운영 등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통합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축·분뇨 관리를 강화하는 등 중장기 오염원 대책도 검토한다. 하지만 불법야적 축분 단속권이 없는 상태에서 수질개선 효과가 얼마나 되고, 또 담수를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 지사장은 “정부·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수질 관리 대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댐 시설·운영 관리자인 수자원공사는 유역 수질관리를 위한 국고·수계기금 사업을 제안하고 시행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적극적 유역관리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도 건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주=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