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등유값 너무 올라 보일러 틀기 겁나요"

1년새 ℓ당 800→1,000원대로

과수 농가·단독주택 거주민 등

서민층 겨울나기 앞두고 큰 부담

"등유도 유류세 인하 포함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수십건 쏟아져

울산의 한 알뜰주유소가 등유를 ℓ당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주유소는 올초 900원이던 등유가격을 지난달부터 1,000원으로 올렸다. /울산=장지승기자울산의 한 알뜰주유소가 등유를 ℓ당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주유소는 올초 900원이던 등유가격을 지난달부터 1,000원으로 올렸다. /울산=장지승기자



“기름(등유)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추워도 보일러를 틀기 겁나요. 전기장판으로 최대한 버텨볼 생각입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만난 신모(83)씨는 “겨울이 시작됐지만 등유 가격이 너무 비싸 아직 보일러에 기름을 못 넣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ℓ당 등유 가격이 지난해에는 대체로 800원대를 나타냈지만 지금은 대부분 1,000원대로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처럼 등유를 난방유로 사용하는 도시 서민과 농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유류세 인하(15%)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을 낮췄지만 난방용 등유는 오히려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원 글이 수십 건 올라오는 등 서민층과 농어민 등을 중심으로 등유 유류세 인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등유 비용이 부담스러운 건 농어촌 지역뿐만 아니라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원도심의 단독주택 거주자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유류세 인하 항목에 등유도 포함해 달라는 서민들의 문의가 많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시 저소득층이나 농어촌에서 주로 사용하는 난방유인 등유는 겨울철 서민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이지만 정부가 이미 3년 전 개별소비세 30%를 인하해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유류세 인하 때는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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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의 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김모(68)씨는 “올겨울이 지난해보다 더 추울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벌써 난방비가 걱정”이라며 “지금도 날씨가 쌀쌀해 집에 보일러를 켜야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한겨울에도 거실과 부엌 등을 제외한 안방만 보일러를 켜놓고 있어야 할 상황”이라 말했다. 부산 남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등유 가격이 내려야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가격이 오름세다 보니 겨울을 앞둔 현재 주문량이 많지 않다”며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토마토 등 각종 야채를 재배하는 울산 북구의 비닐하우스 단지. 난방유로 등유를 쓰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토마토 등 각종 야채를 재배하는 울산 북구의 비닐하우스 단지. 난방유로 등유를 쓰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비닐하우스 난방 등을 해야 하는 농가에서는 벌써 한숨이 깊어졌다. 울주군에서 과수농가를 운영 중인 한 농민은 “비닐하우스는 겨울에도 항상 20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난방비는 떨어지기는커녕 작년보다 더 올라 걱정이 많다”며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려면 등유 유류세 인하도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등유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등유 가격은 지난 2016년 배럴당 평균 53.01달러였으나 2017년 65.34달러로 오르기 시작해 올해는 11월22일 기준 평균 86.4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달 95.12달러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이달 들어 86.24달러로 꺾였다는 점이다. 가격이 내린다고 해도 이미 오른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등유는 항공유와 같이 쓰는 유종으로 인도와 중국 등의 경제성장으로 항공 수요가 늘면서 지속해서 수요가 증가해 왔다”고 말했다. /수원=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전국종합

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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