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무조건적 바이오 규제철폐만이 능사인가

황유경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장

임상, 유연함만으론 부작용 우려

철저한 계획 세워 엄히 접근하되

열린 태도로 합리적 판단 내려야

황유경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장



하루에도 수십 통씩 e메일함을 가득 메우는 수많은 업무 e메일들 중 종종 정부기관 또는 여러 단체에서 각종 설문조사를 요청하는 것이 많다. 새로운 주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대에 차서 성실히 답을 하고는 했지만 몇 차례 회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듭되는 동일한 질문을 보게 되면 뭐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런 e메일 중 하나가 규제개혁에 관한 애로사항 조사 e메일이다.

사실 첨단의약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항상 제도보다 앞설 수밖에 없는 분야라 관련 규정이 없다거나 부적절한 규제가 있다고 한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산다. 하지만 적극적인 제도 개선 요구가 있어야 국제 규격에 맞는 올바른 약이 개발될 수 있어서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 벤처 기업, 제약 기업들이 혁신적인 첨단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시장보다는 막대한 개발비 환수가 가능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개발한다. 그래서 애초부터 국내 규제에 맞추기보다는 선진 시장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언어가 편하지 않고 시간적·물리적 거리가 먼 그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러는 더 합리적이고 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과연 우리나라의 관련 규정들은 첨단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정말 문제가 많기만 한 것인지 여러 생각이 든다.


세포치료제의 경우 보통 일본의 사례를 종종 비교하고는 한다. 일본은 기존 약사법을 대폭 개편해 세포치료제의 안전성만 입증하면 환자에게 사용하면서 효력을 증명하고 7년 후에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시험적인 세포치료제를 현장에서 사용하며 풍부한 임상 사례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미끼로 해외의 여러 세포치료제 개발사들의 일본 시장 진출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발 중이라 마음대로 환자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각종 항암 면역세포치료의 경우 일본에서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일본으로 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관련기사



우리나라는 의약품 개발에서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전통적인 의약품 개발 절차에 준하되 첨단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해 다소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약이라기보다는 의료행위의 일종으로 구분해 의사의 의료판단을 존중, 의사에게 전적인 권한을 부여했기에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데 유리하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아주 다양하게 암환자에게 여러 면역세포치료가 시도돼왔다. 그렇지만 그 수많은 임상이 이뤄졌음에도 일본에서 아직 단 한 건도 제대로 된 세포치료제가 허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발전하며 의학적 근거를 마련해 약으로 허가받아야 하는 첨단의약품은 정해진 틀에 따르는 임상시험이라는 것을 거치게 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새로운 약물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도 갖지만 어떤 효과나 부작용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아무리 동물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해도 인체와 동물에서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한 임상시험으로 증명되기 전에는 함부로 여러 환자에게 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세포치료제는 수많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계획된 임상연구가 부족해 아직 글로벌 진출이 어렵고 그저 해롭지 않으니 기대를 가지고 환자들에게 사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첨단의약품을 허가하는 과정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기존 의약품을 개발하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허가해줄 것 같지 않은 일들도 큰 이견 없이 승인이 나기 때문이다. 겪어보니 충분한 논리로 설명이 되면, 더 이상 적절한 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허용이 된다는 것이 우리와 다소 다른 점이다. 특별히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열린 자세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일본과 미국 중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잘 생각해볼 일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