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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리뷰] "잘 지내줘" 하이라이트, 새 'INTRO' 위한 눈물의 'OUTRO'

/사진=어라운드어스/사진=어라운드어스



멤버 탈퇴부터 팀 이름이 바뀌기까지 짧지 않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온 그룹 하이라이트(윤두준, 용준형,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챕터를 열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하이라이트는 ‘HIGHLIGHT LIVE 2018-OUTRO’를 개최하고 팬들을 만났다.


그동안 수많은 콘서트 무대에 올랐던 하이라이트에게 이번 콘서트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다르다. 멤버들의 군 입대를 앞두고 개최하는 마지막 콘서트이자, 앞서 입대한 리더 윤두준이 부재한 공연이기 때문.

네 멤버들은 파트와 동선을 수정해가며 윤두준의 공백을 채우는가 하면,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팬들을 위로하려 무던히 애를 썼다. ‘CAN YOU FEEL IT?’과 ‘CELEBRATE’, ‘하이라이트’ 등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하이라이트는 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같은 공연’임을 강조하며 함께 즐겨주길 당부했다.

이기광은 “앨범과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도 빼놓지 않고 생각해야 하는 게 두준이일 거라고 생각한다. 다섯 명이 섰어야 하는 무대를 네 명이 서게 됐다”라며 “두준 군이 없는 건 모두 아쉽게 생각하지만 그 부분만 빼면 감히 역대급 콘서트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준형 역시 “공연 제목인 ‘아웃트로’의 의미를 우리끼리 정하기 보다는 여러분과 함께 정하고 싶다”라며 “우리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역대급이라고 단언했던 멤버들의 자신감의 시작은 구성에서 비롯됐다. 분위기를 띄울 폭죽과 조명은 물론 무대 장치의 활용도 돋보였다. 특히 ‘When I’ 무대에서는 얇은 천이 내려와 공연장 중앙에서 높게 치솟은 멤버들을 에워쌌다. 마치 이별을 앞둔 멤버들과 팬들 사이를 잠시 분리해놓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흰 천 사이로 노래 가사와 멤버들의 사진이 투영되면서 아련함을 더했다.

/사진=어라운드어스/사진=어라운드어스


흔히들 말하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말처럼, 10년차 가수 하이라이트는 역시 노련했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어쩔 수 없지 뭐’, ‘SLEEP TIGHT’, ‘아름답다’, ‘비가 오는 날엔’, ‘Shock’ 등 발라드부터 격렬한 댄스까지 안정적인 라이브로 선보이는가 하면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20일 입대전 마지막으로 발매한 앨범 ‘OUTRO’의 수록곡 무대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타이틀곡 ‘사랑했나봐’ 무대를 포함해 유닛 양손잡이(양요섭&손동운)의 ‘바람’, 용광로(용준형&이기광)의 ‘내버려둬’ 무대도 공개됐다.

‘Fiction’, ‘12시 30분’ 무대로 어느덧 공연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끝을 실감한 멤버들은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고,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을 때마다 긴 한숨과 정적이 흘렀다.


이기광은 “네 명만 마지막 인사를 드려서 죄송하다. 어떻게 하면 속상한 팬분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앨범과 콘서트에 최선을 다했다”라며 “빨리 돌아와도 2년 정도는 걸릴텐데 이 공연이 오랫동안 마음 속에 좋은 선물로 기억되길 빌겠다. 9년 동안 큰 사랑과 응원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양요섭은 “계속 마무리,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결코 마지막이 아니다. 우리가 돌아왔을 때 아마 깜짝 놀라실 거다”라며 “요즘 들어서 지금의 하이라이트와 이전의 비스트를 기억하려고 하고 있다. 멤버들에게 수고 많았고, 고마웠고, 너희들이 하이라이트여서 정말 자랑스럽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멤버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손동운은 “이번 콘서트 준비를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빨리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 시간이 오니까 얼마든지 힘들어도 좋으니 다시 연습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며 “내 인생을 멋지게 만들어준 팬들과 형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은 뷰티(비스트 팬덤)였고, 지금은 라이트(하이라이트 팬덤)이지 않나. 여러분은 늘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다. 우리가 잠깐 못 볼 때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멋지게 살아달라”라며 “우리도 멋있게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어라운드어스/사진=어라운드어스


목이 메어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던 용준형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넷이서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우리를 기다려 달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다. 나중에 돌아왔을 때 우리가 여러분들일 좋아 해주실만한 노래를 부른다면 그때 다시 만나자”고 전했다.

이별 앞에서도 담담하려 했던 하이라이트도 결국 신곡 ‘잘 지내줘’와 ‘그곳에서’ 무대에서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많이 보고 싶을거야 사랑해’라는 팬들의 슬로건을 본 멤버들 모두 연신 눈물을 훔치며 노래를 잇지 못했다. 객석에서도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지만, 팬들은 멤버들을 대신해 더 큰 목소리를 따라 불렀다.

‘OUTRO’에 이어 새로운 ‘INTRO’를 열겠다는 멤버들의 바람대로, 큰 문을 닫는 것처럼 중앙 무대로 퇴장한 뒤 ‘AND’라는 문구가 담긴 영상과 함께 재등장,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하이라이트는 공중에서 내려온 장치를 타고 날아올라 단숨에 2층 객석 팬들에게 다가가는 등 깜짝 이벤트를 선보이는 등 끝까지 팬들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2009년 비스트로 데뷔한 뒤, 기존 소속사를 나와 독자 회사를 설립하고 이름까지 바뀌는 과정을 지나오는 동안 더욱 끈끈해진 하이라이트와 팬들에게 어쩌면 2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잠깐 지나가는 바람일지 모른다.

모든 이별의 순간에 슬픔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멤버들과 하이라이트 모두 2년 뒤 다시 만났을 때 분명 서로 웃으며 “잘 지냈어?”라고 인사 나눌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한편 하이라이트는 25일 오후 5시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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