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연탄값

독일 통일 전인 1980년 9월 중순 서독의 광산 노동자들이 노동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여파로 각국의 연탄 가격이 요동쳤다. 당시는 서독이 세계 석탄 채굴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서독의 수급 상황이 연탄값 동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던 때였다. 서독산 석탄 의존도가 심했던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1년 전만 해도 장당 85원이던 연탄 소비자가격이 그 해 말 115원으로 35.3%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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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에도 153원으로 33%나 뛰어 2년 새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연탄값을 감당하지 못한 저소득층에서 동사자가 상당수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연탄값은 서민층의 겨우살이에 민감한 문제다. 특히 1970년대까지는 낱개로 연탄을 사다 피우는 가정이 많았으니 더욱 그랬다. 청와대가 연탄값 안정을 쌀가격과 함께 최대 민생현안으로 챙긴 이유가 다 있다.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석탄과장, 교통부(국토교통부) 수송과장 등은 청와대의 수시확인에 대비해 석탄 생산과정에서 철도수송, 연탄공장의 생산·배달 현황을 항상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석탄 중시정책이 변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그때까지도 연탄을 때는 가구가 50%를 넘었지만 ‘자랑스러운 서울’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정부가 연탄 대신 석유로 전환하도록 권장했다. ‘주탄종유(主炭從油)’에서 ‘주유종탄(主油從炭)’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 난방에서 연탄이 차지하는 비율은 1% 미만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그래도 연탄은 저소득층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난방연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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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공동체복지재단에 따르면 지금도 연탄을 쓰는 집이 전국적으로 14만여 가구에 이른다. 연탄 생산업체도 삼천리연탄·경동연탄 등 46개사나 된다. 이들의 생존과 생계지원 차원에서 정부는 1989년부터 연탄값을 생산원가 이하로 묶고 차액은 보조금으로 지원하며 가격상승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2020년까지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없애기로 하면서 연탄값의 고삐가 풀렸다.

산업부가 최근 연탄 공장도가격을 장당 639원으로 19.6% 올렸다고 한다. 배달료를 포함한 소비자가격은 760~1,100원이 될 모양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예상돼 서민층에게는 부담이 커졌다. 그나마 정부가 연탄쿠폰 지원액을 대폭 높인다니 따뜻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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