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이자 할부 등 혜택 줄고 내년부터 연회비 오른다

축소되는 소비자 부가서비스

소비위축→내수침체 장기화 우려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26일 정부가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하자 “앞으로 영화할인, 교통할인,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같은 각종 카드 혜택은 모두 사라지고 신용결제와 금융(카드론, 현금서비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혜택을 누리려면 연회비를 더 내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이게 될 경우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까 우려된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카드 부가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방안으로 카드사들은 8,000억원 정도의 카드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게 됐는데 정부는 카드사가 과도하게 지출해온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된다는 생각이다.


카드상품 출시와 소비자 이용 기간, 카드사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지만 내년 이후 새로운 카드를 쓰는 고객들의 부가서비스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이 누려왔던 부가서비스 혜택이 대거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은 대형마트에서 신용카드로 5만원 이상을 결제하면 12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카드상품에 따라 극장, 백화점, 주유소, 스키장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 받는 것도 대표적인 부가서비스 혜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부가서비스 혜택 규모는 약 5조8,000억원인 반면, 카드사가 받은 연회비는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카드 회원이 누리는 부가서비스가 연회비의 7배 이상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지금도 전달 30만원 이상 등 일정 금액을 넘게 지출해야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부가서비스 혜택이 많은 카드는 사실상 당국이 인가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연회비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부가서비스에 상응하는 적정 연회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기본 입장이다.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있는 상품을 쓰고 싶은 소비자는 그에 걸맞은 ‘적정 연회비’를 지불하고 이용하도록 약관을 개선할 방침이다. 다만 일반 고객들이 수십 만원 이상 연회비를 내고 카드를 보유할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기존에 혜택이 컸던 카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는 약관에 따라 상품 출시 후 3년 동안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없고, 현재는 출시 3년이 지난 상품도 금융감독원이 부가서비스를 손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훈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도한 부가서비스 축소를 단계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말해 카드업계에서는 출시 5년이 지난 적자상품은 대대적으로 폐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정 기간, 특정 제휴처에 한해 제공되는 일회성 마케팅도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대형가맹점이나 법인회원에게 주던 지나친 이익도 제한한다. 법인카드 첫해 연회비 면제도 금지한다. 또 일정 규모를 넘는 대형 법인회원에 대해서는 카드사가 프로모션을 제공할 때 수수료·연회비 수익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금융위는 카드업계와 함께 카드업계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내년 1월까지 부가서비스 단계적 축소 등 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카드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일종인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등을 줄이기로 한 데 대해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 지출을 감수하는 것인데 정부가 개입해 적절한 비용 규모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수수료 인하를 위해 카드사들의 자율적인 경쟁을 제한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신용카드 무이자할부는 고가의 내구재를 한 번에 구입하기 어려운 서민층이 주로 이용해온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태에서 무이자할부가 사라지면 내수침체까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중소 카드사들이 점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나마 무이자할부 혜택과 마케팅으로 회원을 늘려 점유율을 유지해오던 중소형 카드사들로서는 시장을 확대할 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상위권 카드사들은 어느 정도 효율화를 통해 버텨낼 버퍼가 있지만 작은 곳들은 직격탄을 맞아 몇 년 후에는 고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원·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