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주 52시간 근무제와 해외건설현장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

이건기 해외건설사협회장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지도 6개월이 다 돼간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선진국형 근로 방식의 도입 취지와 그 시대적 흐름을 공감하며 환영한다. 또 직장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모색하고 근로자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 시행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국내외 건설현장에서는 불필요한 잔업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들도 시차출근제, 야근 및 휴일 근무 시 사전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증대하고 근로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국내 건설 발주처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반영해 공기 연장 및 원가상승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여서 고무적이다. 정부도 원활한 기업경영 지원을 위해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


다만 해외건설은 발주처의 국가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과 공동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국내현장과 다른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은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한 국가로 발주처가 갑자기 긴급 지시를 하면 국내 참여 업체들은 근무일정을 조정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 기업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 유수 건설기업과 합작으로 시공 중인 공사 현장이 많은데 계약 당시 주 60시간 이상 근무를 조건으로 참여해 사업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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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대기업의 협력사로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엔지니어링(설계·감리)사의 경우 당초 계약서상 특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를 지정하고 있어 적합한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건설 현장이 사막이나 밀림 등 오지에 위치해 근로자가 불편한 휴식시간을 연장받기보다는 수당을 더 받기를 희망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처럼 해외건설은 국내와 달리 다양한 국적의 발주처, 기업 및 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기 연장이나 비용증가에 대한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를 비롯해 적절한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우리 해외건설 기업들은 수월한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주 회복세로 이어져 결국 일자리도 되살아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선진기업과 후발주자 사이에서 가격 및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재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건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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