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각] 유통, 결국 오프라인이다

이재유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달 미국의 126년 전통의 백화점 체인 시어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급부상하는 온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대응 부족, 증권 등으로의 사업 확장 실패 등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부채 규모는 전 세계 유통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사실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위기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 장난감 유통 업체 토이저러스가 폐업하며 800여개의 매장을 처분했고 일본의 주요 백화점들 역시 핵심상권인 도쿄 인근을 제외한 지방 매장은 줄줄이 폐업 수순이다.


한국 역시 롯데·신세계(004170) 할 것 없이 백화점·마트 매장을 줄이고 있다.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온라인·모바일 채널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신세계는 e커머스 통합법인 SSG닷컴에 1조원 투자를 유치했고 롯데는 향후 5년간 3조원을 온라인 부문 강화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투자를 발표한 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상당수다.

이런 분위기면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붕괴 수순에 진입한 것만 같다. 실제로도 지난해 440조원 규모의 국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은 21%의 비중을 차지해 전년 대비 10%포인트 늘어나며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은 지난해 유기농 식품 업체 홀푸드를 137억달러에 인수하고 서점 ‘아마존북스’를 지난 6월까지 15개로 늘리는 등 오프라인 전략에 여념이 없다. 잘 알려진 무인 마트 ‘아마존고’, 아마존 주요 카테고리의 평점 별 4개 이상인 상품만 모은 ‘아마존 4스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의 업계 트렌드인 ‘O40(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자 단지 오프라인보다 싼 가격만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소비자의 새로운 경험’이야말로 중요하다는 깨달음의 결과다.



국내 유통 업계에서는 정부의 유통규제가 심화하면서 국내 업계가 온라인 투자로 쏠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 업계가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매장 ‘허마셴성’이나 간편결제 ‘알리페이’ 등에 눈길이 쏠린 사이 중국 오프라인 유통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유통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케일’의 중국, ‘디테일’의 일본으로 중일 유통시장을 요약하고는 했지만 이제는 서로 벤치마킹하며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며 “특히 중국은 백화점-특정매입(수수료), 복합 쇼핑몰(임대료) 공식을 넘어 하이브리드 매장까지 다양한 실험에 나서고 있어 위협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심에서는 전통적인 명품 위주의 백화점 ‘라파예트’ ‘SKP백화점’ ‘지우광백화점’, 젊은 중산층을 위한 ‘조이시티’ ‘시틱스퀘어’ 등이 다양한 형태의 유통을 실험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청두의 타이구리는 도심에 있는 사찰을 고급 가로상권으로 리뉴얼하며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 대기업의 대형 매장을 규제하는 우리 현실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형태다.

시어스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의 제프 제넷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채널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죽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강해야 미래시장의 진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프라인에서 묶이고 온라인에 경도된 우리 유통 업계가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 혹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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