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미국 화성 착륙선 인사이트 성공..유인 탐사와 관광, 정착촌은 '산 넘어 산'

'인사이트(Insight)' 착륙 성공으로 본 화성 유인탐사 등 전망은..

NASA, 인사이트로 화성 내부 탐사..오는 2020년 '마즈 2020' 보내 인간 거주 가능성 등도 탐색

전문가 "화성 유인 탐사까지 최소 25년 걸릴 것" , 화성여행은 최소 30년, 정착촌은 훨씬 더 걸릴 것

'공포의 7분', 7개월 이상 비행시간, 우주 방사선, 열악한 대기환경 등 극복과제 첩첩산중 쌓여

미국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에 착륙한 뒤 화성 내부 탐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NASA미국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화성에 착륙한 뒤 화성 내부 탐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NASA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화성 탐사선인 아레스3호 대원들은 탐사 중 모래폭풍을 만난다. 이 때 마크 와트니는 통신 안테나 파편이 배에 박힌 채 멀리 내던져진다. 대원들은 그가 숨졌다고 판단해 서둘러 지구로 복귀한다. 하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마크는 남은 식량을 먹으며 비닐하우스에서 감자를 키운다. 대원들의 인분에 화성의 흙을 섞은 뒤 수소를 태워 물을 만들어 뿌린다. 이 무렵 나사는 그의 생존을 학인하고 구조선을 보내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렇지만 또 다시 마크의 기지가 터지고 나사도 구조선이 폭발하는 바람에 절망에 빠진다. 이때 비밀리에 화성을 탐사하던 중국 우주선이 마크의 귀환 작업을 돕게 되는데….”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의 줄거리다.

화성 착륙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206일의 오랜 여정 끝에 27일 새벽 4시54분께(한국시간) 현지 표면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오랜 화성 탐사 역사와 함께 언제쯤 마션처럼 인류가 화성을 밟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나아가 일론 머스크(미국 스페이스X)가 공언한대로 정착촌까지 건설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공포의 7분’을 극복하라= 일단 우주선이 화성에 착륙하려면 지구에 비해 대기가 1%밖에 안되는 악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선 엑소마즈(ExoMars)의 착륙선이 하강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불시착하다가 폭발한 적도 있다.

인사이트호는 시속 1만 9,794㎞의 초고속으로 달리다가 화성 상공 128㎞ 지점의 대기권에 진입한 뒤 낙하선을 폈다. 이 때 대기 마찰력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속도를 줄이는 게 어려워 역추진(하강) 엔진까지 같이 가동해 착륙했다. 섭씨 1,500도에 이르는 화성 대기권의 마찰온도를 견뎌야 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화성에서 지구로 빛의 속도로 통신을 하더라도 8분이 넘는 487초나 걸려 나사에서 인사이트호의 착륙 여건에 맞춰 대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미국 나사(NASA)가 발사한 인사이트(InSight)호가 화성에 착륙하기 전 찍은 화성 표면 모습. /사진출처=NASA미국 나사(NASA)가 발사한 인사이트(InSight)호가 화성에 착륙하기 전 찍은 화성 표면 모습. /사진출처=NASA


인사이트호가 비행 추진체를 분리하고 열 방패와 상부 덮개로 구성된 ‘에어로셸’ 진입체를 대기권에서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기까지는 6분 30초 가량 걸렸다. 이 과정을 나사에서는 ‘공포의 7분’으로 부른다.

미국은 앞서 지난 2012년 8월 ‘큐리오시티’(Curiosity)를 화성에 착륙시켜 이동 로봇을 통해 분화구 등 지질과 기후, 물에 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달리 인사이트호는 화성 적도 인근 엘리시움 평원에 내려 이동하지 않고 착륙지에서 지질조사에 들어갔다. 착륙 후 1.8m 길이의 로봇팔로 지진계 설치에 들어가 지진과 지열 등 내부를 조사해 지구와 달 등 암석형 행성이 어떻게 형성돼 수십억 년에 걸쳐 변화했는지 알아보게 된다. 지표면에서 전파를 흘려 보내 미세한 흔들림(주파수 변화)를 계산해 화성의 핵에 관한 단서를 얻고 압축공기드릴을 통해 지하 5m까지 파고 들어가 열 감지기로 내부온도도 측정할 방침이다. 화성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것으로 보이는 맨틀의 존재 여부와 크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인사이트호는 탐사 데이터를 화성 궤도를 도는 초소형 쌍둥이 위성 ‘마르코’를 통해 지구로 보낸다.

짐 브리덴스타인 나사 국장은 인사이트호 착륙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화성 내부 구조를 탐구해 훗날 화성과 달에 우주인을 보낼 때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사 연구원들이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착륙에 성공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NASA나사 연구원들이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착륙에 성공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NASA


◇사람이 가려면 비행시간 감축과 방사선 대책 세워야= 현재는 사람이 화성까지 가려면 우주선의 무중력 상태에서 7개월, 최장 9개월이 걸리는 긴 비행 기간을 견뎌야 한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 바로 옆에 있는 행성이긴 하지만 가장 가까울 때도 5,472만km, 제일 멀 때는 4억km나 떨어져 있다. 태양을 도는 공전 주기도 지구가 365일인데 비해 화성은 갑절 가까이 많은 687일이나 된다.

이번에 인사이트호도 4억8,484㎞를 날아 화성에 도착했는데 만약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206일 간 우주선에서 시력 저하, 근골격계 질환 등에 시달렸을 것이다. 우주 방사선과 태양 표면 폭발 등의 위험에 대처할 해법도 마땅치 않다.


1969년 미국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는 5일밖에 걸리지 않아 앞으로 인류가 화성에 가는 기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일론 머스크가 2023년 민간인 달 여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화성 관광 상품은 최소 3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나사가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직 우주비행사 톰 존스는 인류가 화성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25년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부터 핵심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면 25년 내 긴 이동시간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도와줄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성까지 가는 시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비행 중 전기를 생산하는 핵추진 체계 개발을 과제로 들었다

◇열악한 환경 극복해야 화성 정착도 가능= 화성은 태양에서 받는 복사량이 지구의 0.43배에 불과해 표면온도가 매우 낮고 반사율도 0.15로 지구의 절반 이하다. 적도의 표면온도는 7도, 극지방은 영하 68도로 평균 영하 23도에 달한다. 적도에서는 낮 최고 30도, 밤 최저 영하 60도로 일교차가 무려 90도에 이른다. 화성의 대기밀도는 지구의 1%에 불과한데 산소는 극히 적고 주성분이 이산화탄소이다. 기압도 지구의 200분의 1 수준인 5hPa 에 불과하다.

따라서 마션의 초반부에 모래폭풍이 부는 장면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대기 중의 수증기를 전부 물로 바꿔도 대지 표면을 10∼20μm(1μm은 100만분의 1m)의 두께로 덮을 정도로 적다.

화성 정착촌을 현실화시키려면 엄청난 양의 태양·은하 방사선을 견딜 수 있는 우주복 등을 개발해야 한다. 물과 공기를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인체에 유해한 과염소산염이 많은 화성 토양도 개량해야 한다.

무엇보다 화성 정착촌 건설은 ‘지구를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가 더 크다는 점에서 지구온난화가 아주 심각해지면 모를까 40~50년 이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나사는 오는 2020년에는 이동하며 화성을 탐사하는 ‘마즈 2020’을 보내 생명체의 흔적과 천연자원을 조사하고 앞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게 된다. 이 계획에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연구진도 같이 참여한다.

화성 궤도를 도는 초소형 쌍둥이 위성 마르코-B가 화성 6,000km 상공에서 화성을 찍은 모습. /사진출처=NASA화성 궤도를 도는 초소형 쌍둥이 위성 마르코-B가 화성 6,000km 상공에서 화성을 찍은 모습. /사진출처=NASA


◇이밖에 미국 화성 탐사의 역사는= 앞서 미국은 1965년 ‘마리너 4호’를 화성에 근접시켜 많은 분화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1971년에는 ‘마리너 9호’를 보내 화산의 존재를 포착했다. 1976년에는 ‘바이킹1호, 2호’를 화성에 처음으로 착륙시켜 대기와 토양 성질 등을 조사했다. 다만 토양에서 유기물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1996년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호’는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1999년 3월부터 기후를 분석했다. 1997년 7월 화성에 착륙한 ‘패스파인더’는 여기저기 탐사하며 지질, 대기 등 많은 정보를 보내왔다. 1999년 9월과 11월에는 기후 탐사선과 화성 극지 착륙선을 보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후 화성 궤도선만 보내다가 2001년 4월 ‘오디세이’ 착륙선을 보냈다.

2003년 6월과 7월에는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발사했다. 스피릿은 2011년 5월까지 화성을 돌아 다니며 지구로 사진을 전송했다. 지금도 활동하는 오퍼튜니티는 물의 존재를 밝혀 과거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으나 조만간 사망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2012년 8월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질소를 발견해 과거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는 2003년 말 ‘마스익스프레스’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켜 남극 근처 얼음층 아래 호수가 있다고 추정했다. 당시 착륙선인 비글2호는 착륙에는 성공했으나 통신이 두절됐다. 2014년 9월에는 인도가 미국 화성 탐사궤도선의 10%가 조금 넘는 780억원만 쓰고도 우주선(망갈리안)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