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지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70대 남성이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남모(74)씨가 1인 시위를 진행하며 대법원장의 차량번호와 출근시간을 미리 파악하는 등 범행을 준비해왔다고 진술했다고 27일 밝혔다. 남씨는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있다.
이날 오전9시5분께 남씨는 시너를 담은 500ml 페트병에 불을 붙여 출근을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을 지나던 김 대법원장 차량에 투척했다. 차량에는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비서관과 운전기사까지 3인이 탑승 중이었다. 불이 차량 보조석 뒤 타이어와 후미 쪽에 옮겨붙었지만 대법원 청원경찰들이 소화기로 진화했고 오전9시11분 남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탑승 중이던 김 대법원장은 차량에 나오지 않은 채 소화 과정을 기다렸다가 대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불은 남씨 몸에도 일부 붙었으나 곧장 진화돼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9시27분 출동한 경찰에게 화염병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자동차방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검거된 남씨 가방에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이 4개 더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씨는 같은 날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지난 11월16일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된 자신의 민사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2004년부터 강원 홍천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던 남씨는 2013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인증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유기농이 아닌 벼가 섞인 사료를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남씨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이 허위로 인증 관련 문서를 작성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냈으나 1·2심에서 패소했다. 남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9월20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퇴근하는 김 대법원장 차량에 맨몸으로 돌진하려다 제지를 받고 실패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법원장 비서관과는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며 피의자를 처음 제압한 대법원 청원경찰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신수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공범·배후 여부 등을 엄정 수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병 전력에 대해서는 진술 내용과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경찰청은 “대법원, 대법원장 공관 주변에 정보관을 증원 배치하고 돌발상황을 대비해 각급 법원에 핫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대법원장에 대한 경호활동도 강화할 것”이라고 후속 대책을 밝혔다.